한국일보

In the Cut ★★★½

2003-10-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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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로 오스카상을 받은 여류감독 제인 캠피온이 만든 전형적인 필름 느와르로 어둡고 자극적이다. 로맨스 영화에서 나이에 걸맞지 않게 소녀처럼 굴던 멕 라이언이 옷을 벗어제치고 젖가슴을 노출한 채 변태적이요 뜨끈뜨끈한 섹스를 해 화제가 된 영화다.

대도시에서 일어나는 끔찍한 연쇄 살인사건과 위험에 쫓기는 고독한 여인 그리고 범인과 여인을 모두 쫓는 산전수전 다 겪은 형사 등 느와르 영화의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다. 화끈한 섹스와 살인본능의 핏빛을 대조시키면서 고독과 욕정과 현대 도시인의 사랑의 불가능성을 파헤친 범죄영화이자 심리 서스펜스 스릴러다.

HSPACE=5

뉴욕의 대학 창작교수인 프래니(멕 라이언)는 도시라는 감옥 속에서 내면의 문을 걸어 잠그고 사랑을 기피하며 사는 유배자 같은 여자. 그녀는 어느 날 후진 바에 들렀다가 화장실에서의 섹스를 목격하면서 가슴에서 욕정이 끓어오른다. 그리고 남자의 팔목에 새겨진 문신.


얼마 후 프래니의 아파트 근처에서 끔찍한 여인 피살사건이 발생한다. 탐문수사를 하는 거칠게 매력적인 형사 말로이(마크 루팔로)가 프래니의 아파트를 방문하면서 프래니는 이 자극적 남자에게 묘한 호감을 갖게 된다. 말로이도 마찬가지.

프래니와 말로이는 서서히 가까워지고 마침내 프래니의 타오르는 욕정이 이성과 마음을 방화하면서 얌전하던 여선생과 거리의 뒷골목 체취를 지닌 형사간에 원시적인 섹스행위가 벌어진다(라이언의 노출된 젖가슴과 엉덩이와 함께 루팔로의 성기도 잠깐 보이는 두 사람간의 증기가 피어오르는 진한 섹스장면을 카메라가 핥듯이 잡아낸다. 뜨겁긴 하지만 그렇다고 놀랄만한 것은 못된다.)

말로이와 그의 상소리 잘 하는 파트너 로드리게스(닉 다미치)가 사건을 수사하면서 프래니는 점점 더 위험과 열정 속으로 빠져든다. 그리고 프래니는 말로이의 팔목에 새겨진 문신을 목격한다. 밤에 프래니가 복면괴한에 공격당하고 프래니의 이복형제 폴린(제니퍼 제이슨 리)이 처참하게 살해되면서 프래니는 자기 주위사람들을 모두 의심케 된다. 흑인 대학 제자와 계속 프래니를 쫓아다니는 전 남편(케빈 베이컨) 그리고 가장 의심스러운 것은 자기를 사랑한다는 말로이.

서스펜스 스릴러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이나 사건 해결의 짜릿한 추리력 요구면에서 생각보다 강렬성이 모자란다. 심리묘사나 섹스와 욕정 그리고 라이언과 루팔로의 화학작용도 모두 어지간한 지경. 그리고 마지막 부분은 유치하기 짝이 없다. 캠피온의 첫 할리웃 메이저 대작인데 그녀가 자신의 예술성을 양보한 것 같다. 매우 훌륭한 것은 뉴욕의 어두운 모습을 로맨틱하고 분위기 멋있게 보여주는 촬영.

R. Screen Gems. 그로브 14(323-692-0829), 센추리 14(310-289-4AMC), 모니카 7(310-289-4A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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