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떼를 치며 - 신문에 나와야지

2003-10-2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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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여름이 되면 각 교회마다 단기선교팀 구제사업 등이 활발하게 펼쳐지며 목사님들도 중국 몽고 우즈베키스탄 등 선교지를 돌아보기에 바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요즈음 교회나 성도들의 집을 방문해 보면 각 선교지에 방문한 것을 크게 확대해서 걸어놓고 선교의 일선에 선 복음의 용사인 것처럼 중국이 어떻고 몽고가 어떻고 자랑을 늘어놓습니다.

구제에 있어서는 오른손이 한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주님의 말씀은 외면한 채 고아원에 가서 라면 몇 상자 전달하면서 우리 교회는 구제선교를 이렇게 이웃을 사랑하는 교회라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분들을 보면 주님께서 원해서 기쁨으로 하는지 아니면 교회부흥의 수단으로 사람들에 보여주려고 하는지 혼동될 때가 많습니다.

지난 주 중동지역에 10년 동안 선교하는 선교사 집에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수십 년을 선교와 구제에 온몸을 드리면서도 사진 한 장 벽에 걸려있지 않았고 집에서조차 그는 선교지 사람들의 복장을 하고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찰스 M 엘돈의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책에서 지적해주듯 우리가 무슨 일을 할 때 주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 곰곰히 묵상해 보아야 합니다. 수재의연금을 내시면서 예수님이 대문짝만하게 사진이 실려지는 모습은 상상되어지지 않으며 고아들에 수건을 나누어주며 예수님 구제사업에 앞장서다라는 기사 제목도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작년에 수재의연금을 기탁하면서 또 2년 전 뉴욕 테러 성금을 하면서 중직자들이 신문에 내야 하는데라고 말씀하실 땐 웃음이 나왔습니다. 선풍기 하나 주일학교에 기증해 놓고 주보에 왜 안 나오냐고 핏대를 올리는 교인들을 보면 오늘의 교회의 현주소를 보게 됩니다.

매 연말이 되면 재정부를 서로 맡으려는 로비가 치열하다 못해 고성이 오가고 주일학교 발표회 때 중요한 역할을 우리 아이가 맡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성도들을 보면 오히려 세상보다 더 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주보에 내주세요 신문에 나와야지라고 아우성치는 세상과 교회 속에서 크리스마스가 가까운 몇 년 전 몹시 어려운 가정의 집사님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봉투와 함께 비밀을 지켜 주십시오라고 말씀하실 때 박물관에서 희귀한 보석을 찾는 기분이었습니다.

총회장이 되기 위해서 양무리는 뒤로 한 채 교회정치의 최일선에 선 목사님을 보며, 주보에 이름이 빠졌다고 얼굴을 붉히는 장로님을 보며, 늙어서는 큰 교회에 다녀야 장례식에 사람이 많이 온다고 큰소리치시던 권사님을 보며, 오늘도 이름 없이 빛도 없이 교회를 섬기며 구제와 선교에 앞장서고 있는 일꾼들이 자랑스럽습니다.

김명선 (샬롬한인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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