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모의 마음 - 보내는 마음

2003-10-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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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아들이 대학 기숙사로 떠나던 전날 밤이었다. 나는 나름대로 아들을 보낼 마음의 준비와 각오로 대충 물건을 챙겨주고 내 방에서 쉬고 있는데 그 앤 한 두 살쯤 되는 아이 만한 커다란 노란색의 곰 인형을 가져와 내 얼굴에 비벼주며 안겨 주었다. 나는 곰 인형을 보는 순간 웃음을 참지 못하고 깔깔 웃으며 그 곰을 꼭 껴안아 주었다.

평소에 딸이 없어 우리 집은 아기자기한 맛이 없는데 막내아들은 가끔 어리광과 애교를 부리며 나를 웃겨주어 딸 같은 착각을 하게 한다. 소심하고 예민한 아들은 자기가 떠나고 나면 내가 쓸쓸해 질 것을 미리 알고 나를 위로하기 위해 곰 인형을..... 그날 밤 그는 내가 원하는 대로 글 3편을 소리내어 읽어 주었다. 그에겐 한글이 서툴지만 제법 감정을 넣어 읽다가 어려운지 나중엔 나보고 읽어 달랜다. 엄마와 떨어져 혼자 살아가며 공부를 해야 하니 좀 불안하고 아쉬운지 오랜만에 나와 정담을 나누며 내 옆에 오래 있어 주었다.

다음날 이삿짐을 싣고 2시간 거리의 학교 기숙사로 향했다. 가서보니 생각보다 넓고 깨끗한 방에 두 명씩 지내게 되 있었다. 큰아들이 3명씩 있던 기숙사에 비하면 꽤 양호한 편이다. 나는 얼른 침대 시트를 끼워줄 때 베개를 놓고 온 것을 알았다. 여분으로 가져온 담요를 둘둘 말아 베갯잇에 끼우니 그런 대로 쓸만했다.


아들은 자기가 다 할 테니 이제 가란다. 아-휴 여기는 참 시원하고 좋구나. 건강하게 잘 있거라. 전화나 E-mail은 매주 한번만 하고. 우리는 손을 잡고 기도가 마친 후 허그를 하고 헤어졌다. 나는 용케도 눈물도 안 흘리고 집까지 무사히 돌아왔다.

그런데 밤새 허전했는지 다음날 새벽에 교회에 가서 아들을 위해 기도를 하는데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제때 음식은 잘 먹고 지낼지, 신앙생활은 잘 하고, 아프지는 말아야 하는데....등등. 그래도 기도를 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 졌다. 연락은 매주 한번만 하라고 해놓고 나는 매일 E-mail을 열어 보고는 답장도 없는 소식을 보낸다. 내가 서너 번 보내면 겨우 인사 한마디, Hoi, Hoi, Smoi ‘스모이’는 아들이 붙여준 ‘사모님’의 애칭이다. 그리고는 필요한 것은 1,2,3,4....로 나열한다.

그래, 기대를 말자. 이제부터 자녀가 떠나는 시작이다. 아들이 장가를 들면 얼마나 더할 것인가? 빨리 아들로부터 내가 먼저 독립을 해야지. 더 멀리 유학을 보낸 부모님들과 영영 돌아오지 못할 곳에 자녀를 보낸 부모 심정은 어떨까?. 그러면서 우리교회에서 신앙생활 하다가 이사를 하거나 학업을 위해 떠나 보내야 했던 옛 교인들이 생각이 났다. 교인과 헤어질 때마다 왜 그렇게 눈물이 났던지, 부모가 자녀를 객지에 보내는 바로 그 마음이 아니던가, 그들이 지금도 건강하게 믿음의 생활을 잘 하고 계신지....

신혜원 (새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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