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떼를 치며 - 소명 때문에

2003-10-1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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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교에 다닐 때 설교학 교수님으로부터 목사는 예배를 인도하면서 울어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을 배웠습니다. 설교와 예배는 근본적으로 하나님 말씀의 선포이기 때문에 선포자는 지나치게 감성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입니다.

그러나 저는 예배 때 울먹인 적이 몇 번 있습니다. 물론 억울하거나 힘들어서 그런 적은 없습니다. 말을 잇기 어려울 정도로 울먹인 경험을 돌아보니 공통점이 있었던 것을 발견합니다. 선교사님에 관련한 이야기를 할 때였습니다.

얼마전 제가 섬기는 교회는 세 번째 선교사님을 파송했습니다. 평신도 자비량 선교사로는 처음입니다. 평생 선교사로서 서약식을 할 때 성령님은 저에서 눈물 절제능력을 거두어 가셨습니다. 선교사로 헌신하기 전, 이 분은 한국의 중소기업 최고 경영인이었습니다. 소위 명문대학을 졸업했고, 명문 여대에서 미술을 전공한 아름다운 아내를 맞아 세상에서 별 부러울 것 없이 지냈습니다. 긴 지면이 있어야 소개할 수 있는 인생 역경의 시간을 통해 예수님을 깊이 만났고, 중국의 인민들을 향한 주님의 계획에 눈을 떴으며, 주저 없이 자신을 헌신했습니다.


준 재벌의 마님에서 아기 옷가게의 주인으로, 그리고 주인에서 그 가게의 매니저로 비록 사회적 지위는 추락(?)했지만, 추락할 때마다 더 깊고 진한 그리스도의 향기를 품어내는 아내 집사님에게서 저는 하나님의 살아 계신 역사를 생생하게 보았습니다.

최근 고려대학교의 학내 조사에서 재학생의 반 이상이 기회만 되다면 미국 시민권을 얻겠다고 응답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질문 내용이 시민권이 아니라, 영주권이었다면 찬성하는 응답자의 수는 절대적이지 않았나 상상해 봅니다. 한국은 물론 중국과 동남아 사람들 중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미국에서 영주할 수 있기를 바라는지 우리들은 실감하기 어려울지 모릅니다. 사실, 요즘 추세에서 미국의 영주권을 포기하는 한국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그런데, 이 선교사님 부부는 선교를 위해서 미국 영주권을 포기했습니다. 부부 뿐 아니라 자녀들도 그렇게 했습니다. 사내인 둘째는 영주권을 포기함으로써 본국으로 돌아가 국방의 의무를 완수해야합니다.

선교가 무엇이길래 하는 질문을 해봅니다. 어려서 이곳에 온 자녀들이 이곳에서 잘 뿌리내리고 사는 것 보고 가시면 안 되나 하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앞선 질문들은 인간적인 정리에 이끌린 것이고, 이 부부는 하나님 부르심의 소명에 바르게 응답하셨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지금 우리를 쓰고 싶으신데, 우리는 우리를 위해서 쓸 만큼 쓰고, 남을 것을 드리려고 하는지 모릅니다. 또 다른 사람이 가로되 주여 내가 주를 좇겠나이다 마는 나로 먼저 내 가족을 작별케 허락하소서. 예수께서 이르시되 손에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나님의 나라에 합당치 아니하니라 하시니라 (눅 9:61-62).

한규삼(세계로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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