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벽기도 예찬

2003-10-1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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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루 중 가장 즐겁고 보람되는 시간은 새벽기도 시간이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어릴 때는 멋모르고 어머니 따라 다녔지만 철이 들면서 왜 우리나라 목사님들은 다른 나라에도 없는 새벽기도라는 걸 만들어 가지고는 잠도 실컷 못 자게 괴롭히느냐고 투덜댔다. 그러고는 그 후 20여년 동안 새벽기도와는 담을 쌓고 지냈다. 그러다가 내 힘으로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인생의 어려움이 닥치자 두손 두발 다 들고 그동안의 불성실과 게으름을 회개하며 하나님께 무릎을 꿇었다. 결국은 나의 게으름을 정당화하기 위해 괜히 선조 목사님들을 원망한 셈이다.
꼭 새벽에만 기도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내 경험에 비추어 봐도 그렇고 성경에도 예수님께서 동트기 전 새벽 미명에 기도하셨다는 기사가 나온다. 내가 기도생활을 해보니 뭐니뭐니 해도 새벽시간이 기도시간으로는 최고최적의 시간임을 발견하게 된다.
이 새벽시간을 놓치고 나면 그때부터는 여간해서 기도의 시간을 얻기가 힘들다. 태산 같은 세상살이의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집안 일, 아이들 뒤치다꺼리, 웬 전화들은 그렇게도 많이 오고 또 전화 걸 일은 왜 그리 많은지, 갈 데도 많고, 할 일도 많고… 물론 설거지하며, 운전하며, 마음속으로 틈틈이 기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집중해서 많은 기도를 할 수는 없다. 나는 기도할 제목이 하도 많아 그런 토막시간으로는 어림도 없기 때문에 이 새벽시간이 기도하기에 가장 좋은 금쪽같은 시간이어서 이 시간은 결코 양보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놓치고 싶지 않다.
새벽에는 전화도 없고 사람들의 방문도 없고, 아이들의 방해도 없고 다른 볼일 보러 나갈 일도 없고 누구를 찾을 일도 없고. 그래서 기도하기에 제일 좋은 시간이다. 우리 선배 목사님들이 이 새벽기도 전통을 세워놓은 데 대해 나는 지금 엄청 감사하고 있다.
이 새벽시간에 나는 나의 바라는 것, 소원하는 것을 시시콜콜 다 하나님께 아뢴다. 남편을 위해, 교회와 교인들을 위해, 자녀들을 위해, 일가친척, 친구들을 위해, 기도를 부탁했던 분들을 위해, 하나님을 위해 일하는 모든 사역자들과 사역기관들을 위해, 세계 흩어져 선교하시는 선교사님들을 위해, 우리 교포들과 자녀들을 위해, 이북을 위해, 한국을 위해, 또 미국을 위해, 특히 내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를 위해, 세계를 위해, 끝으로 나를 위해 기도하고 나면 거의 한 시간이 된다. 그것도 빨리 빨리 해야지 천천히 했다가는 두 시간은 족히 걸릴 것이다.
기도하고 일어섰을 때의 그 힘과 희열은 놀랍다. 나는 이 새벽기도 시간에 하나님으로부터 힘을 얻어 하루를 멋들어지게 잘 보내게 된다. 지금도 내가 아찔하게 생각하는 것은 여전히 기도생활을 하지 않았다면 이런 저런 문제와 어려움에 처하게 됐을 때 어떻게 대처했을까? 십중팔구는 걱정하며 고민하며 동동거리며 이리 뛰고 저리 뛰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하나님의 능력이, 지혜와 사랑이, 평안이 나를 늘 지배하고 있어 초연한 삶을 누리게 해 준다. 모두가 나 같은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예전에 나는 “내 기도하는 한 시간 그때가 가장 즐겁다”라는 찬송가 가사를 이해하지 못했다. 기도시간이 지루하고 힘들기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나는 같은 고백을 한다. “내 기도하는 한 시간 그때가 가장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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