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재철 목사의 짧은 글 긴 여운

2003-10-0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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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입국하는 사람은 공항에서 먼저 이민국을 통과하게 됩니다. 그때마다 저는 이민국 직원에게 ‘수고하십니다’ 하고 인사를 건네지만, 반응을 보이는 자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대개 이쪽의 인사는 묵살 당해 버리고 맙니다. 얼마 전 이민국을 통과할 때에도 똑같은 상황이었습니다. 다음은 제가, 입국심사 중인 젊은 관리와 나눈 대화 내용입니다.
- 선생님, 한 가지 말씀드려도 좋을까요?
- (퉁명스럽게) 그러시죠.
- 제 여권을 보고 계시니까 제 나이가 얼만지 아시겠지요?
- 그런데요?
- 나이가 훨씬 많은 제가 먼저 인사를 드리는데도, 선생님은 왜 대꾸조차 않으시는가요?
- …….
- 저는 외국을 자주 다닙니다. 선진국의 이민국 관리 치고 인사하지 않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러나 후진국의 관리 중에서 인사하는 사람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 따기지요.
저와 시선이 마주친 그가 제 말뜻을 알아들었다는 듯 정중하게 말했습니다.
-죄송했습니다. 앞으로는 유의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젊은 관리가 크리스천인지 아닌지는 알지 못하지만, 그의 언행은 참으로 미더웠습니다. 하지만 정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지방에서 어느 집사님의 차를 탔을 때입니다. 그 분은 운전하는 내내 ‘사람 사랑’을 역설했습니다. 마침 자동차가 톨게이트를 지나게 되었습니다. 집사님의 돈을 받은 도로공사 여직원이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하고 상냥하게 인사했지만, 집사님은 한 마디도 없이 그냥 출발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이후에도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그 분의 ‘사람 사랑’이야기는 계속되었지만, 왠지 공허한 소리로만 들렸습니다.
참 믿음은 사람에 대한 태도로 드러납니다. 알지 못하는 사람에 대한 태도로 말입니다.
-홍성사, ‘쿰회보’(2002년 6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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