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음 가꾸기

2003-09-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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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속에 편리한 아파트에서 살다가 얼마 전에 흙을 만질 수 있는 주택으로 이사를 하였다. 대문 앞에 작은 땅이 있어 예쁜 꽃을 심으려고 삽으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무리 애를 써도 삽이 들어가지를 않았다. 사막 기후의 흙바닥이 돌같이 단단한 것이다.

삽이 들어가지 않는 땅을 보며, 이것이 바로 돌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바위처럼 굳고 메마른 딱딱한 땅에 며칠을 두고 계속해서 물을 주었다. 처음에는 물이 스며들지도 않고 고이더니 드디어 촉촉한 흙으로 변화되어 원하는 꽃을 심을 수가 있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이렇게 메말라 있기 때문에 삶의 기쁨이나 활력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삶이 너무 힘들어서 다른 사람들이 와서 쉴만한 그늘을 만들어 주는 푸른 나무처럼 넓고 시원한 마음의 여유가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흙 속에 건전지 쓰던 것, 캔디 껍질, 쇳조각, 골프 공 등 별의별 쓰레기들이 다 들어있는 것이 아닌가! 마치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후회, 원한, 미움, 분한 마음, 세상에 대한 원망, 억울한 생각, 오해하고 갈등하며 받았던 상처들 때문에 행복할 수 없는 마음의 밭이 연상되었다. 땅을 파며 그런 것들을 끄집어내면서 예수님께서 인간의 마음을 밭으로 비유하신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흙 속에 잡동사니들이 숨겨져 있었던 것처럼 사람의 마음에도 쓸데없는 많은 것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마음이 복잡하고 순전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민자의 어려운 삶을 살면서 원치 않는 상처들로 마음이 딱딱해지고 너무나 메말라 있다. 그래서 때로는 순수한 친절이나 사랑도 순전하게 받아들이지를 못하고 서로 부딪치며 오해를 하고 상처를 주고받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딱딱한 땅도 물을 계속적으로 주니 부드러운 흙이 되는 것처럼, 아무리 상처가 많아 딱딱해진 마음이라도 하나님의 시원한 말씀과 그 분의 풍성한 사랑을 계속해서 부어주면 부드러운 마음이 될 것이다. 다만 마음의 변화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흙 속에서 물건들을 솎아 내면서 나도 마음속의 불순물들을 다 버리고 좋은 밭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밭에 씨 뿌리고 모종을 해야 좋은 나무가 자라는 것처럼 우리도 좋은 인생을 살려면 먼저 마음의 밭을 잘 가꾸어야 되리라. 좋은 인생이란 자신만을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삶이다. 좋은 인생이 되기 위해서 하나님의 사랑이 가득 들어있는 성경을 더욱 열심히 읽고 묵상해야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하였다.

박 상 은(죠이휄로쉽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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