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교회들‘주차 전쟁’중

2003-09-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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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 잘 드리고 나와 주차장에서 시험 들지요”

작은 교회, 큰 교회 할 것 없이 남가주 지역 한인교회 대부분이 주차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영적 전쟁’ 외에 ‘주차전쟁’이라는 또 하나의 짐을 교회가 짊어진 셈이다. 많은 교회에서 이중주차는 ‘일상’이 돼 버린 지 오래고, 잘못 세워놓은 차 한 대 때문에 수십 대의 차량이 주차장에 갇혀버리는 해프닝을 교회 주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주차도 사역’이라는 말이 일반화되었을 만큼 심각한 한인교회들의 주차실태 를 살펴본다.

▲교회별 주차장 운영실태


LA동양선교교회는 지난달 중순부터 주차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교회 곳곳에 붙어있는 대형 포스터에는 ‘주차공간이 없어 그냥 집으로 돌아가는 성도가 있습니다. 인근 LACC주차장을 이용합시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이 교회는 570대 규모의 자체 주차장이 있지만 이곳만으로는 피크타임에 밀려드는 1,000여 명의 교인들을 감당하기 힘들어 인근 BOA은행과 LACC에 350대 규모의 주차공간을 별도로 임대해 쓰고 있다.
현재 교회측은 30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공간을 추가로 물색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회 근처의 부지를 매입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여의치 않은 실정이라고 교회관계자는 전한다.
‘주차사역’을 담당하는 인원만 50명에 달하는 이 교회는 차량증가 추세를 감안, 주차사역자수를 100명 수준으로 늘려 대처한다는 계획이다.
교인 수가 수천명에 달하는 남가주 사랑의교회는 80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자체 주차장 외에 애나하임 팜스 지역에 2,000대 규모의 임대주차장을 확보해 놓고 있다. 이 교회는 임대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셔틀버스를 타고 교회에 오는 교인들을 위해 셔틀버스 전용차선을 마련하는 등 편의를 제공하고 있으며, 교회 홈페이지를 통해 주차관련 질의 응답과 주차 노하우를 제공하는 등 주차 캠페인에 적극 나서고 있다.
나성영락교회는 6개의 자체 주차장과 교회 인근시설의 주차장 3곳 등 총 9개 주차공간을 갖고 있으며 노상주차를 포함해 최대 1,150대의 차량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다. 그러나 차량이 대거 몰리는 2부와 3부 예배 때는 주차공간이 부족한 실정이어서 교회측은 인근 학교 주차장을 임대하거나 폐공장시설 등을 매입하는 방법으로 300대 정도의 주차공간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교회건물을 매입, 다음달 입주를 앞두고 있는 충현선교교회는 새 교회건물에 50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공간이 있지만 ‘목표치 1,000대’에 훨씬 못 미쳐 당분간 이웃건물 주차장을 임대 사용하면서 필요할 경우 새 건물 내부를 주차장으로 개조한다는 방침이다.
LA한인침례교회는 본당 지하와 건물 주변에 400대 규모의 주차공간을 포함 인근의 나라은행과 외환은행 그리고 베렌도 중학교 주차장을 추가 임대해 550대 주차 공간을 확보한 상태. 그러나 상대적으로 교회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베렌도 중학교 주차장은 이용자들이 적어 주차난 해소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땅한 해결방안 없어

위에 열거한 교회들은 모두 대형교회들이지만 중형이나 소형교회들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이처럼 교회 규모에 관계없이 많은 교회가 주차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으나 주차빌딩 신축이나 주차장 부지매입 등 실질적인 ‘공간확보’ 외에 주차난을 해결할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많은 교회들이 교회 인근 시설의 주차장을 빌려 보조주차장으로 활용하는 한편, 보조주차장 이용 활성화를 위한 캠페인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심지어 보조주차장 이용자들에게 무료식권을 나눠주는 교회도 생겼다. 부지 매입과 관련, LA의 한 교회에서는 일요일 하루의 사용을 위해 멀쩡한 건물을 사들여 건물을 부수고 주차장으로 만드는 일이 과연 옳은 일인가를 놓고 내부적으로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지역주민들과의 관계

한편 주차 문제가 교회 내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으로 확대된 경우도 있다.
패사디나의 한 교회는 최근 주차 문제로 주민들과의 골이 깊어진 케이스.
주일예배 참석 인원이 500명을 헤아리는 이 교회는 교회 예산으로 소규모 주차장을 매입하고 인근 안식교회 주차장을 빌려 총 100대 규모의 주차공간을 확보했지만 여전히 많은 수의 교인들이 교회 주변 주택가에 스트릿 파킹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주민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낯선 사람의 차가 일요일 하루 종일 집 앞에 주차해 있어 신경이 쓰일 뿐더러, 집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차를 세울 공간이 없어 애를 먹는다는 것이다.
결국 주민들은 로고스 교회 인접지역 주택가에 거주자 전용 주차제를 실시토록 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패사디나시에 제출하기에 이르렀으며, 지난 4월 시의회 심의를 거쳐 확정, 10월 1일부터 거주자 전용 주차제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퍼밋이 부착되지 않은 ‘외부차량’은 더 이상 주택가에 주차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교회 주차사역담당자는 “주차시설 부족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하더라도 주택가에 스트릿 파킹을 해야할 상황에 처한 교회들은 평소 주민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해 놓을 필요가 있음을 절감했다”면서 “교회와 한인들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주민들에게 심어주면서 대화를 통해 관계를 개선해나가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필요하다면 길거리 청소, 세차 해주기 등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에 지역주민들을 적극 참여케 하는 등 주민들과의 관계 개선에 교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할 때”라고 덧붙였다.

<글·사진 -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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