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두막의 괴질’(Cabin Fever)★★★★

2003-09-1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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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웃음으로 버무린
흥미 만점의 컬트영화

화면이 시뻘겋다. 눈뜨고 못 볼 듯이 끔찍한데도 킬킬대며 폭소를 터뜨리게 된다. 오랜 공포영화에게 절하면서 한편으로는 놀려대는 영화인데 이 영화로 감독 데뷔(공동 각본)한 엘리 로스는 대단히 총명하고 재주 있는 사람이다.

나는 공포영화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도 굉장히 재미있게 즐겼다. 때로 너무 잔인하고 끔찍해 화면을 외면하려다가도 강한 흡인력에 굴복하게 된다. 에너지와 충격과 웃음이 뒤범벅 됐는데 살 파먹는 바이러스 괴질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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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막 졸업한 제프(조이 컨)와 캐런(조단 랜드), 폴(라이더 스트롱)과 그의 애인으로 섹스 좋아하는 마시(서리나 빈센트) 그리고 버트(제임스 디벨로)는 산 속 통나무 오두막집으로 놀러 온다. 술 마시고 섹스하고 쓸데없는 얘기를 하며 젊음의 퇴폐를 마음껏 즐기는 이들 앞에 얼굴과 온 몸의 상처에서 피를 흘리는 남자가 나타나 도움을 청한다.

그러나 겁에 질린 젊은이들은 그를 총으로 쫓아버리는데 때는 이미 늦어 캐런이 먼저 이 괴질에 걸린다. 캐런이 온 몸에서 피를 흘리며 살이 썩어 들어가자 전염이 두려운 나머지 4명은 캐런을 헛간에 집어넣는다. 그런데 과연 캐런만이 괴질에 전염됐을까.

4명의 친구들은 서로들 상대방을 견제하면서 적으로 돌변한다. 그리고 하나 들 이 괴질에 희생되는데 혼자 도망갔던 폴이 마지막에 “난 살았다”고 좋아하다가 맞는 종말이 충격적이면서도 배꼽 빠지게 우습다. 5명의 주인공 외에 여러 괴상야릇한 인물들이 나와 겁주다 웃겼다 하는데 떨어져 나간 팔과 다리 그리고 온 몸에서 강처럼 흐르는 피가 빨간 물감을 과다하게 사용한 듯이 화면을 흥건히 적신다.

처음부터 끝까지 공포와 충격과 폭소를 제공하는 재미만점의 컬트영화로 지난해 토론토 영화제서 대단한 인기를 모았었다. 공포영화 팬들이 매우 좋아할 작품으로 여느 싸구려 공포영화보다 한 단계 높은 위치에 있는 영화다. R. Lions Gate. 일부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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