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스라엘을 다녀와서

2003-09-0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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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초에 이스라엘을 다녀왔습니다. 무덥고 위험한 곳에 왜 갔었냐고요? 갈릴리 호숫가에서 열린 영성훈련을 인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사실 저는 목사 체면에 겉으로는 표현 못했지만, 속으로는 무척 걱정이 많았습니다.
처음 하는 해외 영성훈련이었고, 그것도 다른 언어와 문화권에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었기에 더욱 긴장이 되었으며, 또한 그곳에서 들려오는 테러 사건들은 더욱 불안하게까지 했습니다.
얼마나 긴장을 했던지 처음 며칠은 화장실에 가서 앉아도 소식이 없더군요. 많은 것이 부족했기에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주님, 주님께서 태어나시고 주님께서 사역하셨던 곳에 와서 영성훈련을 합니다. 글렌데일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나오겠습니까? 그러나 분명히 나사렛에서는 선하신 분, 당신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주님이 하셔야 합니다.
이번 영성훈련에 참여한 대부분이 러시아에 살던 유대인들로 2, 3년 전에 이스라엘로 이주해 온 사람들이었습니다. 언어와 문화 그리고 환경과 시설이 다른 곳에서 처음 해보는 영성훈련이었기에 부족한 것과 서투른 것이 많았지만 저는 다시 한번 하나님의 위대하심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적은 인원이 봉사자로 참여를 했지만 꼭 필요한 사람들을 보내 주셨습니다. 특별히 통역을 맡으신 선교사님은 러시아 동포 2세로, 그 분과의 만남은 저에게는 예기치 않은 선물(Serendipity)이었습니다.
3박 4일을 그들과 함께 지내면서 하나님께서 왜 유대 백성들을 택하셨는가를 조금 이해 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때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가장 다루기 힘든 백성이면서, 어떤 때는 양처럼 지극히 온순한 백성인 것 같았습니다. 아마 한국 사람들처럼 잘 순종(?)하는 백성이었다면 하나님도 재미가 없으셨을 것입니다. 영성훈련을 마치면서 참여했던 러시아 유대인들의 간증을 들으면서 역시 주님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으셨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모두들 한결같이 이번 영성훈련을 통해서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한 사람은 어머니의 사랑을 경험하는 것 같았다고 했고, 또 한 사람은 처음에는 이것저것 시키는 것이 싫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순종을 배웠다고 고백했습니다.
이들의 간증을 들으면서 우리 봉사자들은 감사와 기쁨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고, 역시 멋진 주님을 찬양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번 영성훈련의 표어가 이었는데, 복음의 1번지의 팔레스타인 땅에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인하여 새로운 평화의 생명과 비전이 싹트기를 바랍니다.

이 성 현
(글렌데일 연합감리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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