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일꾼 세우기

2003-08-27 (수)
크게 작게
오래 전 임직 후보자 성경공부를 인도하다 교회 일꾼될 분들이 너무 성경을 모르는데 놀란 적이 있었습니다. 교회 중직자이면 적어도 모든 예배, 봉사, 헌신에서의 모범뿐 아니라 돈독한 신앙과 함께 적절한 지도력을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방대한 예루살렘 교회에 성령 충만한 일곱 집사를 통해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기록한 것은 임직식의 중요성을 누구도 간과할 수 없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임직식을 보아오면서 직분에 대한 우리 성도들의 잘못된 인식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입니다. 안수집사나 장로가 된 것을 어떤 특권층이 된 것처럼 거들먹거리고 나이만 먹으면, 재력만 갖추면, 사회적 경륜만 있으면 성령 충만과는 관계없이 일꾼이 세워지는 우리의 현실을 슬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큰 교회에서는 철저한 검증 절차를 거쳐 임직시키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교회에서는 일꾼이 부족하므로 더러는 교회 재정의 부족분을 충당하기 위해 직분을 남발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임직식 때만 되면 교회가 시끄러운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저분은 장로 자격이 없다느니 저분은 목사님이 밀어주었다느니 저분이 임직을 받으면 나와 가족은 교회에 안나온다느니 마치 홍역을 치르는 아이처럼 몸살을 앓는 성숙하지 않은 성도들의 큰소리를 듣게 됩니다.
여러 교회들이 경쟁을 하듯 우리 교회에서는 임직자들이 얼마를 헌금했다고 자랑하지만 그것보다는 충성스러운 일꾼이 세워지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임직을 받으면 무슨 벼슬이라도 한 것처럼 폼을 잡는 직분자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고 임직 후 묵묵히 말없이 온몸으로 교회를 섬기는 일꾼들을 볼 땐 밤이 맞도록 그들을 위해 기도해 보기도 했습니다.
고든 맥도널드가 내면 세계의 성장과 영적 성숙에서 지적했듯이 하나님 앞에서 자기를 살피는 영성 있는 직분자가 평신도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참된 지도자라고 믿습니다. 입으로는 하나님을 위해 살겠습니다 라고 다들 말하지만 복음을 위해 자신의 삶과 시간과 재물의 투자에 그렇게 인색하게 책임에서 도피하는 약삭빠른 예배만 참여하는 많은 철새 같은 이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어느 중직자가 임직 후 아침 9시반에 전화하시더니 목사님, 왜 지금 출근했습니까? 9시가 출근시간입니다 라고 귀띔해 왔을 때, 온종일 맹물만 먹으며 하루를 보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주일 새벽 교회에 들어서는 순간 앞치마를 두르고 교인들을 위해 점심을 준비하는 장로님의 손을 보며, 화장실을 청소하고 계신 안수집사님의 허리를 보며, 본당에서 그 날의 예배를 위해 기도하는 권사님의 목소리를 들으며 저는 어두운 하늘에 별처럼 빛나는 아름다운 일꾼들을 보았습니다.

김 명 선 목사
(샬롬한인교회 )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