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엽기적인‘오직 믿음’은 없다

2003-08-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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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종교사회학 교수는 한국기독교의 병폐를 ‘배타주의, 보수-진보의 양극성, 배금주의’라고 말하였다. 난, 그 이유를 한글성경에만 나오는 ‘오직’이란 단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바울서신 안에 나타난 수많은 ‘오직...믿음!’의 ‘오직’이란 단어는 타언어 성경에는 나오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우리의 신앙 사고에 중심을 이루는 것들 중에서 잘못 아는 것들이 종종 있다. 특히 밑줄 친 성경구절들을 조심하라(오르띠즈), 그리고 그것들을 보는 시각이 바로잡혀야 한다. 성경을 전체적으로 보고 믿고 따르는 것은 예수님의 제자로서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루터는 “오직 믿음으로만”이라고 했지만, 미안하지만 성경에는 없는 구절이다. 반면, 예수님의 동생 야고보는 “믿음으로만은 아니다!”(Not by faith only)라고 정확히 말했다. 목회 10년을 지나 미국 유학 와서 여러 타언어 성경을 보다가 이 사실을 알았고, 과거의 ‘오직 믿음’의 입장에 상당한 곤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서 “나만 그러한가?” 하고 주변 목회자에게 묻기 시작했다. 놀라기만 하고 아무도 답을 주지 못했다.


모 교단 교육국에서 15년 이상 성경 교재를 만드신 분에게,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했는데 그 ‘오직’이란 말이 헬라어원문, 영어, 독일어성경 등에 없는 걸 아세요? 그걸 목사님은 뭐라고 배우셨나요? 제가 정말 몰라서 묻는 겁니다”하니, 솔직하신 그분이, “글쎄요, 나도 그 부분을 연구한 적이 없네요” 했다.

40년간 조직신학 가르치신 교수님에게 묻고, 헬라어교수님에게도 물었지만, 모두들 의외라는 표정으로, “그래요, 저 몰랐어요?”했다.

여기서 이 문제가 더 이상 내 개인의 성경읽기의 문제가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이것이 한국기독교의 현실이다. 한국기독교를 반신불구로 만든 장본인이 있다면, 이 ‘오직’이란 것이다.

이 ‘오직’이란 것이 한국 신앙인들의 성경 보는 눈을 편파적으로 만들었고, “오직 내것만” “오직 내교회만” “오직 우리 보수교단만” 하며 파당 짓게 만들었고, “오직 믿음만 있으면 만사 O. K.”하며, 믿음과 행함을 분리하고, 사랑하면 병신이고, 희생하면 쪼다고, 사랑은 학대당하고 멸시 당한 것이다. 그래서 성경의 사랑의 실천을 등한시하게 만든 것이다.

그러나 보라. 믿음의 바울도 “산을 옮길만한 모~든 믿음이 있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니요,... 사랑이 제일이다”라고 했다.

그래서 최근 번역된 표준새번역성경에도 “오직... 믿음”은 없다. “사랑이 제일이다.” 사랑은 ‘오직’으로 왜곡된 한국식 기독교를 치유할 수 있다.

이효삼 목사
(에임스한인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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