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첨단장비 거액투자 방송매체 버금”

2003-08-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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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대형교회 미디어사역 어디까지 왔나

요즘 웬만한 교회들은 거의 대부분 예배시간에 컴퓨터와 빔 프로젝터 등을 활용, 성경구절이나 찬송가 가사, 교회소식, 선교활동, 목회자의 설교장면 등을 대형 스크린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예배 참석자들은 더 이상 작은 글씨의 성경책을 들여다볼 필요가 없게 됐고, 뒷자리에 앉아도 큰 화면을 통해 설교자의 표정 하나 하나를 읽을 수 있게 됐다.


그 뿐 아니다. 예배장면이 실시간으로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되는가 하면 예배를 마치고 교회 문을 나서는 순간 성도들 앞에는 당일 예배실황을 담은 테입과 CD가 기다리고 있다. 방송국에서나 볼 수 있었던 ENG 카메라와 첨단장비들이 교회 안으로 속속 들어온 지 오래다.

미디어 컨설팅업계에 따르면 새로 건립되는 교회 대부분이 총 건축비의 6∼7%, 많게는 10%까지 영상, 음향, 조명시설에 투자하고 있다. 남가주 지역의 경우 최근 건축 또는 개축한 교회들이 35만~70만 달러 이상을 오디오 미디어 시설에 투자하는 등 대형교회들을 중심으로 경쟁이라도 하듯 미디어 사역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미디어 사역 실태

중·소규모 교회들은 대개 인터넷 홈페이지 구축과 예배당 스크린 설치를 시작으로 미디어 사역에 발을 들인다. 빔 프로젝터와 파워포인트 프로그램을 활용해 예배시간에 교회소식이나 성경구절, 찬송가 가사 등을 스크린에 자막으로 띄워주고 디지털 캠코더를 통해 목회자의 설교장면이나 교회 광고, 선교활동 등을 실감나는 동영상으로 보여준다.

이런 ‘기본단계’ 수준의 미디어 사역을 위해서는 빔 프로젝터와 디지털 카메라, 캠코더 등 영상장비가 필수적이고 이를 다룰 수 있는 전문 인력도 최소 2∼3명 필요하다.

대형교회들은 사정이 좀 다르다. 현재 남가주 지역의 대형교회들은 빔 프로젝터나 디지털 캠코더를 이용한 미디어 사역의 ‘기본단계’를 완전히 벗어났다. 인터넷 방송은 기본이고 전문가들이 아니면 다루지도 못할 장비들이 교회 곳곳을 차지하고 있다. 예배시간에 카메라를 비롯한 영상장비와 음향기기, 조명시설 등에 투입되는 인력만 해도 적게는 10여 명에서 많게는 수십 명에 이르고 있다.

이에 따라 비용뿐만 아니라 미디어 전문인력을 구하지 못해 장비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교회도 생겨나고 있다. 방송국 프로듀서처럼 매주 새로운 영상물을 만들어 내야하는 미디어 사역자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미디어 사역에 파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남가주사랑의 교회는 얼마전 예배당에 카메라 크레인을 설치했다. 공중에서 내려다보는 그림을 화면에 담아내기 위해서다. 미디어 사역을 이끌고 있는 영상담당 부서에는 현재 3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포진하고 있으며, 각 부서마다 자체 영상팀을 가동, 부서별 활동을 생생하게 카메라에 담아 영상물로 만들어 내고 있다.

25년간 TV방송을 통해 미디어 사역에 익숙해져 있는 나성영락교회는 올해 예배당 스크린을 대형화하고 빔 프로젝터도 신형으로 교체하는 등 미디어 사역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교회중 하나. 예배당 정면 좌우와 뒷편에 자리잡은 3개 스크린에는 예배실황과 함께 ‘영락뉴스’라는 3분 짜리 뉴스프로그램이 매주 예배시간을 통해 방영된다.

온누리교회는 당일 예배실황을 담은 테입이나 CD를 예배를 마치고 교회 문을 나서는 성도들에게 전도용으로 나눠주고 있다. 여기에 최근 비디오 테입 수준으로 가격이 하락한 ‘뉴 미디어’인 VCD(비디오 CD)에 영상을 담아 배포하는 작업도 진행중이다.

동양선교교회도 최근 스크린과 빔 프로젝터를 업그레이드하는 등 투자를 계속하고 있으며, 7∼8대의 카메라를 동원, 예배실황을 인터넷으로 생중계 하는 코너스톤교회 역시 생생한 화면을 잡기 위해 카메라 크레인을 배치하는 등 각 교회들이 미디어 사역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디어 장비 활용 효과와 부작용

각 교회들이 앞다투어 미디어 사역에 뛰어드는 이유는 그만큼 ‘효과’가 있다는 자체 분석에 따른 것이라고 교회 관계자들은 전한다.

나성영락교회 미디어 담당 김한수 전도사는 미디어 사역의 장점으로 ‘눈으로 보는 설교’, ‘생생한 예배’를 꼽는다. 뒷자리에 앉는 사람도 대형 스크린을 통해 설교자의 얼굴 표정 하나 하나를 볼 수 있어 설교자의 표정을 통해 전달되는 또 다른 메시지가 ‘플러스 알파’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대형 스크린에 뜨는 성경구절은 시력이 나쁜 노인들이나 성경을 잘 모르는 초신자들에게 매우 효과적이며, 설교시 성경구절에 나오는 지명이나 잘 알려지지 않은 도구 등이 나오면 지도나 자료사진을 스크린에 띄워줌으로써 청중들의 이해를 돕는다는 것이다.

온누리교회 미디어 담당 마원철 목사는 ‘영적 분위기 연장’을 미디어 사역의 장점으로 내세운다.

인터넷에 접속하면 주일이 아닌 평일에도 언제 어디서나 예배실황이나 설교자료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예배가 없는 평일에도 영적인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편 미디어 사역이 본격화되면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큰 걸림돌은 ‘비용’이다.

스크린과 빔 프로젝터, 컴퓨터를 이용한 ‘기본단계’의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비용으로도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지만, 방송국에서나 볼 수 있던 ENG 카메라와 고가의 영상편집장비 활용이 늘어나면서 각 교회들은 이들 영상장비 구입과 음향, 조명 등 부대시설에 엄청난 액수를 쏟아 부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비용 다음으로는 ‘인력’이 문제다. 대부분의 교회들은 풀타임 미디어 전담 사역자를 두고 파트타임 인력과 자원봉사 인력을 활용, 미디어 사역을 진행하고 있다. 아무리 고가의 장비를 갖췄다 할지라도 제대로 운영할 인력이 없으면 골치를 앓게 되기 마련. 이에 미디어 전문가들은 교회들이 설비투자 못지 않게 인력양성에도 신경을 써야한다고 강조한다.

한편 목회자들과 교회 신자들의 가장 큰 우려는 미디어 사역이 자칫 예배 분위기를 해치지는 않을까 하는 것.

LA의 한 대형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자칭 ‘보수신자’ 김모(56)씨는 “스크린을 통해 성경구절이 나오기 때문에 성경책을 들고 다니지 않는 성도가 늘고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이어 “영상물의 내용이나 배경음악이 예배 분위기와 맞지 않아 당혹감마저 느꼈던 적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일 LA의 한 교회에서 만난 안모(28)씨는 “예배 도중 카메라에 얼굴이 한번 잡히면 예배시간 내내 온통 잡생각으로 집중을 하지 못하게 된다”며 거부감을 보이기도 했다.

온누리교회 마원철 목사는 “미디어 사역 담당자들이 온통 장비조작에만 신경을 쓰다보면 자칫 예배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업무 부담 때문에 제대로 예배를 드리지 못하고 ‘일’에 분주해진다면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미디어 사역의 미래
앞으로 미디어 사역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 지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확실한 답변을 하지 못한다. 어쩌면 교회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예배하게 될 날이 오게 될지도 모른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앞으로 인터넷 방송이 점차 보편화되고 DVD를 통한 영상물 제작도 활기를 띄게될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사람들이 점차 ‘좋은 것’, ‘편한 것’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이와 맞물려 미디어 사역에 대한 투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교회들이 ‘미디어’에 경쟁적으로 과도한 투자를 하는 것은 금물이며 개교회의 실정에 맞게 사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디어 전문업체 EIDIM사의 방원진 대표는 “적은 비용과 기본장비만으로도 미디어 사역을 알차게 꾸려나가는 교회가 많다”면서 “과도한 투자는 금물이며 각 교회의 실정에 맞게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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