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말(馬)의 나라 몽골리아

2003-09-0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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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서부터 교통수단, 예술에 이르기까지 모두 말과 연결된 생활체제



몽골인은 한국인의 뿌리


몽골의 상징은 말(馬)이다. 말을 빼놓고 몽골을 연상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대통령 휘장에도 말이 그려져 있고 국장도 연꽃 무늬에 백말이 수놓아져 있다.
몽골인들의 하루는 아침에 말젖 먹는 것으로 시작하여 저녁에 말젖 먹는 것으로 끝난다.

몽골의 대표적인 향토 술인 아이락도 말젖으로 만든 마유주다. 말젖을 3,000번 정도 저으면 막걸리 비슷한 시큼한 맛의 술로 변한다.
유목민들의 전통가옥인 ‘게르’에 들어서면 제일 처음 주인이 손님에게 대접하는 것이 말젖이다. 이것을 거절하면 실례가 된다. 몽골에는 교외로 나가면 아스팔트 길이 없다. 초원을 차로 달려야 한다. 인프라스트럭처가 이렇게 약한 나라에서 사람들이 자동차보다 말을 선호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해 보인다.
몽골 음식은 ‘하얀 음식’과 ‘빨간 음식’으로 나누어진다. ‘하얀 음식’은 말젖 염소젖 등으로 만든 음식으로 여름에 풍성하다. ‘빨간 음식’은 에너지 충족을 위한 음식으로 양고기, 쇠고기, 돼지고기 등을 의미 하며 주로 겨울에 많이 먹는다. 닭고기는 희귀해 값이 비싸다.
몽골에서는 국경일인 7월11일 나담 축제가 열리는데 6세 이상 말만 참가, 30km를 달리는 ‘이후나스’라는 경기에서 누가 우승하느냐와 씨름경기에서 아루스탄(사자라는 뜻) 타이틀을 누가 차지하느냐가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다.
시골에서는 아직도 신부가 말 타고 시집가는데 그 복장이 매우 컬러풀하며 여성들은 보통 때에도 말가죽으로 만든 부츠를 신고 다닌다. 몽고의 대표적인 악기인 마두금(가야금 비슷)도 윗 부분이 말로 조각되어 있고 술을 뜨는 국자 아이라깅도 말로 수놓아져 있다.


말, 말, 말- 말과 몽골인은 떼어놓고 생각할 수가 없다. 목동하면 텍사스 카우보이만 연상하지만 진짜 목동은 몽골인들이라는 것을 이 곳에 와보면 피부로 느끼게 된다. 없어진 말을 찾기 위해 1주일씩 들판을 헤매는 것은 보통이고 비디오테입 빌리기 위해 시골에서 말 타고 3일씩 걸려 도시로 들어온다. 몽골 민족의 뛰어난 말타기 재주가 없었더라면 징기스칸의 세계 정복이 과연 가능했었을까. 당시 싸움터에서 군사 1명당 3필의 말을 끌고 다니며 속전속결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대통령의 국빈선물도 말 선물이 최고의 감사 표시다. KAL은 몽골에서는 존경받는 한국 기업체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몽골이 제대로 된 여객기가 없던 시절 보잉 727여객기 1대를 무상으로 준 데다 몽골인을 위한 장학사업을 벌이고 있고, 서울-울란바타르 노선을 올 여름 3회로 늘려 한국 관광객을 몽골에 쏟아 붓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바가반디 대통령은 “KAL의 역할은 몽고 경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라고 말하면서 자신이 키운 말을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에게 선물하는 것으로 존경을 표시했다.
몽골에서는 2가지 희귀한 것이 있다. 식당에 가면 생선메뉴가 거의 없고 야채요리도 극히 드물다. 한때 몽골주재 한국대사가 야채를 사기위해 비행기를 타고 북경까지 간 일이 있을 정도다. 그리고 공원이나 야외로 나가면 공중화장실이 없어 여성관광객들은 무척 당황한다.
수도인 울란바타르 시내에 화력발전소가 있을 정도로 에너지 공급사정이 낙후되어 있으며 모든 아파트에 정부가 중앙통제기구를 통해 뜨거운 물을 직접 공급하는 형편이다.
국민소득 350달러인 가난한 나라 몽골리아 -그러나 한국인은 몽골 땅을 밟는 순간 자신의 뿌리를 느끼게 되며 몽골인이 형제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자신이 기마민족의 후예라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글·사진 이철 주필 chul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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