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터넷 시대의 윤리

2003-08-1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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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인터넷의 시대이다. 젊은 층들 사이에 인터넷을 둘러싼 열기가 대단하다. 네티즌이라고도 하는 인터넷 애용자들은 정치에도 깊고 넓게 관여하여 정부 정책이나 여론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편리하고 또 힘있는 인터넷을 여러 부문에서 선히 사용해야 할 텐데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인터넷의 광범위성, 신속성, 그리고 익명성을 이용하여 무책임한 주장, 근거 없는 소문, 허위사실, 낭설을 유포하기도 하고, 불건전하고 부도덕한 상업광고(스팸메일)를 다량으로 살포하기도 하고, 또 인터넷을 이용하여 남을 모함하거나 해치는 인터넷 폭력까지 휘두르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과거 어느 때 보다도 불특정 다수인과 많은 교류를 하면서 살고 있다. 옛날에는 생활 반경이 좁게 한정되어 있어서 같이 부딪히며 사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지만 오늘날 우리는 모르는 사람들과 자주 접촉하며 살고 있다. 인터넷 시대에 필요한 윤리는 가까운 사람들 사이의 윤리만이 아니라 모르는 사람들, 멀리 있는 사람들에 관한 윤리를 포함해야 한다.
한국인들은 모르는 사람, 멀리 있는 사람들에 대한 윤리관이 취약하다. 유교적 가치를 바탕으로 하는 한국의 전통적 윤리관은 한 개인이 특정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사람들(예컨대 부부, 부자, 교우관계 등) 사이의 윤리만을 논하고 있지 그런 관계를 맺고 있지 않는 불특정 제3자들에 대해서는 소홀하다.
따라서 이 점에 관해서 우리가 배우고 실천해야 할 것이 바로 기독교 윤리라고 생각한다. 기독교 윤리관은 불특정 다수인에 대하여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가를 말해 주고 있다. 흔히 기독교는 사랑의 종교라고 하는데 그 사랑은 가까운 사람들 사이의 사랑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 대하여 뻗치는 사랑이기 때문이다.
기독교의 사랑은 가족이나 이웃은 물론, 낯선 사람에게도 사랑을 베푸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정신 나아가 적까지도 사랑한다는 정신이다. 미국인들이 우리보다 일반적으로 기부를 잘 하고 자원봉사에 더 활발하고 헌혈이나 장기기증에 더 적극적이고 입양에 더 개방적인 것도 이러한 기독교 윤리관 때문이다.
이제 기독교 윤리의 확산, 보급을 통해서 우리의 윤리관을 넓혀야 할 때다. 하루 빨리 불건전한 동아리의식을 털어내고 모르는 사람, 멀리 있는 사람에게도 바른 생각과 행동으로 대해야겠다.


장석정 교수
(일리노이 주립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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