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감자탕교회 이야기

2003-08-1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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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탕교회 이야기’란 책을 읽어본 적이 있는가? 올해초 발간된 이 한 권의 책이 한국교회와 교인들을 크게 감동시키고 있다.

‘감자탕교회’란 서울의 북쪽 수락산 기슭에 있는 ‘서울광염교회’(담임 조현삼 목사)의 별명. 5층 상가건물의 3층에 세들어 있는데 1층 감자탕 식당의 간판이 너무 커서 교회 이름이 잘 안보이기 때문에 속칭 ‘감자탕교회’가 되었다.

버젓한 예배당도 없는 작은 교회지만 서울광염교회가 보여주는 모습은 ‘과연 이게 사실인가’ 싶을 정도로 한국교회의 귀감이 될만하다.


설립 12주년이 되도록, 교인수가 1,000명이 넘도록 셋방살이를 견디며 건축하지 않는 교회,손을 들면 천장이 닿는 예배당에서 짐짝처럼 어깨를 맞대고 주일예배를 5부에 걸쳐 보면서도 매주 수천만원씩 나오는 헌금을 100만원만 남기고 필요한 곳에 ‘펑펑 쓰는’ 교회,

본당과 사무실, 식당, 유년부, 초등부, 중고등부가 모두 다섯군데로 갈라져 있지만 아무도 불평하지 않는 교회, 재정부와 감사부를 따로 두어 견제하면서 재정을 100% 인터넷에 공개하여 투명성을 유지하는 교회,

외국인을 비롯해 어려운 이웃을 돕는 ‘사랑의 집’이 6호째 문을 연 교회, 특별목적을 가진 헌금을 하지 않고 십일조와 일반헌금만으로 모든 사역을 다 하기 때문에 교인들이 부담없이 교회생활을 하는 교회,
‘마른걸레도 다시 짠다’는 자세로 절약 또 절약하지만 필요할 때는 몇천만원도 흔쾌히 지출하는 교회,

교회가 속한 지역사회를 무조건적으로 섬기는 교회, 교인들이 서로 칭찬하고,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좀 ‘느끼한’ 교회,
돈·학력·권력이 통하지 않고 아무도 경쟁하지 않기 때문에 피곤하지 않은 교회, 담임목사가 가난해서 셋방살이하며 승용차 한 대 없고, 교회 안에도 담임목사방 하나 따로 없이 다른 교역자들과 사무실을 함께 쓰는 교회,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을 조직하여 재난이 일어난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 물불을 가리지 않고 봉사하는 교회...

서울광염교회 교인 양병무(인간개발연구원 원장, 수필가)씨가 쓴 ‘감자탕교회 이야기’는 작지만 이상적인 교회에서 일어나는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감자탕교회 이야기’를 크리스천 모두가 읽어보길 바란다. 그리하여 좀더 많은 교회와 크리스천들이 예수 믿는 삶의 기본과 나눔과 참 행복을 누리게 되길 기대한다.


화제의 책 ‘감자탕교회 이야기’는 존경받는 리더십의 핵심은 ‘솔선수범’이라며 솔직하고 검소하고 특별대우를 전혀 받지 않는 이상적인 목회자로 조현삼 목사(45)를 소개하고 있다. 목사 한사람 하기에 따라 교회와 사회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 책은 오늘 이 땅에 있는 한국교회들이 얼마나 비정상적이며 본질에서 벗어나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모두다 너무나 잘나고, 너무나 까다롭고, 너무나 똑똑한 요즘 누군가의 존경받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서울광염교회 교인들로부터 절대적인 신뢰와 존경을 받고 있다는 조현삼 목사를 인터뷰했다. 지난 주 세계로교회(담임 한규삼목사)의 부흥회 인도차 미국을 방문한 조목사는 기대했던 대로 소탈하고 편안한 ‘아버지’ 같은 모습. 그러나 남에게 너그럽고 자기 자신에게 철저한 그는 ‘오로지 설교하러 왔다’며 5일간의 일정중 관광도 일체 않고 부흥회를 마친 다음날 귀국했다. 조현삼 목사는 총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91년 목사안수를 받았으며 92년3월 서울광염교회를 개척, 12년간 담임목사로, 또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의 단장으로 사역하고 있다. 아내 라옥희 사모와의 사이에 1남2녀를 두고 있다.

■ 서울광염교회 조현삼 목사 인터뷰

△미국에는 처음입니까?
▲생전 처음입니다. 목회에 전념하다보니 나오기 힘들더군요. 집회 요청은 대개 주일을 끼게 마련인데 목회자가 주일을 비울 수가 없어서요. 그런 이유로 개교회 집회는 모두 사양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휴가기간이기도 하고, 주말이 아닌 주중에 스케줄이 잡혀서, 또 성도들이 한번 나갔다 오라고 떠밀어서 나왔습니다. 부흥회란 이름의 집회를 갖는 것이 이번이 처음입니다.
△미주한인 크리스천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까?
▲‘행복의 시작 예수 그리스도’란 주제로 예수님을 전하고 있습니다. 어디서나 문제 해결자가 예수 그리스도이며 행복의 시작도 예수 그리스도이기 때문이죠.
△기독교인의 기본이 예수를 믿는 것인데 따로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예수님은 하늘로서 내려온 산 떡이라고 성경은 말합니다. 그 말은 ‘예수님은 밥이다’란 말인데, 맞습니다. 예수님은 밥이세요. 생명의 양식인 예수를 먹어야 세상 가운데서 빛과 소금으로 살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밥을 먹어야 힘이 나니까 자꾸 전하는 겁니다.
예수를 먹으면 생기가 돌고, 안 되는 일들이 쉽게 되며, 사랑하게 되고, 빛과 소금으로 살기가 쉬워집니다.
△ ‘감자탕 교회 이야기’ 책이 나오고 나서 목사님과 교회가 유명해졌는데요, 갑자기 ‘뜨고’ 나서 달라진 것이 있습니까?
▲책이 나올 때 기도했습니다. 책을 읽고 사람들이 우리 교회로 몰려오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요. 현실적으로 예배당이 협소해 더 이상 수용할 여유도 없습니다. 물론 책이 나간 후 예배당이 정말 그렇게 작은지 보러 오는 분들이 생겨나긴 했어요. 불시에 찾아왔다가 밑에서 감자탕 한그릇 먹고 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교인들이 크게 늘어나거나 교회가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예배당이 그렇게 작고, 여러 부서가 각기 다른 건물에 떨어져 있다니 아주 불편할 텐데 건축계획이 없습니까?
▲현재로선 없습니다. 안 짓겠다는 것은 아니예요. 하나님이 허락하시면 좀더 넓은 건물에 세를 얻어서 숨 좀 돌리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다만 우선순위에 두거나 서둘지는 말자는 것이죠. 예배당을 짓는 일도 귀한 일이고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교회가 곧 교회당’으로 인식되는 등식을 넘어서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교회는 사람입니다. 그 사람을 담기 위한 그릇으로 건물이 필요한거죠.
△책을 읽다가 한가지 거슬리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구제비를 가장 많이 지출하는 교회, 전도비를 가장 많이 지출하는 교회, 100개 이상의 교회를 설립하는 교회, 100명 이상의 목회자를 양성하는 교회...’라는 교회의 10대 비전이 너무 거창하게 보여서요. 뭐든지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도 욕심이 아닌가요? 그것조차 하나님께 맡기는 것이 크리스천의 자세가 아닐까요?
▲10대 비전은 사실 우리교회 안에서, 우리끼리 지향하는 바를 공유하기 위해 만든 것인데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다보니 비교급이 사용되어서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저 ‘구제비와 전도비를 많이 지출하자’고 하면 막연하게 느껴져서 ‘가장 많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결코 숫자에 매이거나 수량주의에 빠진 것은 아닙니다.
△책에서 보면 교인들이 너무 행복하고 사랑에 넘치기만 하는데요, 실제로 그렇습니까? 교회 안에서 행복한 사람들이 교회 밖에서도 똑같이 그렇습니까?
▲책이 나간 후 이게 정말 사실이냐, 문제가 하나도 없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론 문제가 있습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어디나 문제가 있지요. 그러나 문제를 덮을 은혜가 있습니다. 문제가 은혜로 덮이면 그 안에서 해결이 됩니다. 그렇지만 행복하지 못한 사람이 있을 수 있고, 나가는 성도도 있고, 목사에게 실망했다며 떠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 안에서 누리는 행복이 있습니다. 저는 많이 행복합니다.
△서울광염교회의 모습은 모든 크리스천이 부러워하고 원하는 모습입니다. 또한 교회가 보여야할 당연한 모습일 터인데 다른 교회와 목회자들이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한국 교회안에 훌륭한 교회들이 너무 많습니다. 재난 현장에 가보면요, 교회들이 다 나와서 얼마나 뜨거운 사랑으로 봉사하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한국교회들은 성경 말씀 가운데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구절에 충실하다보니 착한 행실을 알리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지요. 바로 그 말씀이 있는 같은 장에 ‘등불을 켜서 발아래 두지 않고 등경 위에 두라’는 구절이 있지만 그 말씀은 놓치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한국교회의 95%는 잘하고 있습니다. 또한 서울광염교회가 한국교회의 한 교회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단지 언론을 통해 싸우고, 건물 짓고, 파당 짓는 부정적 모습만 보도돼서 교회의 이미지가 나빠진 것 같습니다.
△미주 한국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허락한 데에 그런 배경이 숨어있습니까?
▲목사가 인터뷰하거나 교회를 알리는 것은 말씀에 위배되며 심지어 타락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진정한 모습, 선한 일에 앞장서는 모습을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에서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인터뷰에 응한 적이 있는데 한국 언론이 교회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면 시간이 허락되는 한에서 섬기는 마음으로 응하려고 합니다.
△미주 한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 주십시오.
▲사랑한다고 전해주십시오. 저도, 하나님도,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새로운 땅에서 새로운 역사를 쓴다는 긍지를 갖기 바랍니다. 남의 나라에 끼여 산다는 생각보다 이 세상의 모든 땅이 하나님의 땅인데 그 땅에서 새로운 역사를 이룬다는 자부심을 갖고 사막에서 꽃을 피우듯 좋은 결실 얻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글 정숙희 기자·사진 김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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