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맥주 열정’넘쳐나는 해변 동네 카페

2003-08-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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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구나 비치
‘머린 룸’


라구나 비치의 사이드워크 카페 사이를 걷다가 유난히 시끌벅적하고 사람이 바글거리는 카페 앞에 발길이 멈춰졌다. 뭐 신나는 일이 벌어지나 구경이라도 좀 하려고 고개를 디밀려는 순간 몸집이 좋은 사내 하나가 어깨를 툭 친다.

말도 없이 눈짓으로 가리키는 곳에는 ‘커버 차지 4달러’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 그러고 보니 문 밖에 서서 안으로부터 들려오는 음악소리를 빌어 춤을 추는 이들도 제법 있다.
쌈지 돈 4달러를 내고 들어간 ‘머린 룸(Marine Room)’의 실내에는 초저녁인데도 커버 차지를 내고 들어온 골수 손님들로 꽉 차있었다.
바닷가 앞의 바에 들어서면 항상 뭔가 기분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대감에 가슴이 설렌다.


손님들은 그야말로 각양각색. 머리를 빡빡 밀고 팔뚝에 문신을 한 터프가이, 여자보다 긴 머리를 출렁거리는 꽃무늬 셔츠의 히피, 한 손엔 서핑 보드, 한 손엔 버드와이저를 든 조각 같은 몸의 비치보이, 터질 듯한 가슴을 한껏 노출한 매력적인 여인들.
테이블에 앉거나 바에 기대어 선 그들의 손에 들려진 차가운 맥주병이 한여름 밤의 더위를 식혀 준다.

물론 라구나 비치의 파도를 즐기러 다른 지역에서 온 이들도 있지만 머린 룸의 손님 대부분은 이 동네 로컬들. 이 말은 곧 머린 룸의 맥주가 차갑고 가격에 거품이 없으며 종업원들이 친절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 무대에 올라선 밴드는 Missiles of October라는 이름의 4인조 록 그룹. 머리에 두건을 뒤집어쓰고 체크 무늬 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모습처럼 그들의 음악에서는 촌티가 묻어난다. 하지만 앵앵 전자 기타를 퉁기며 때려 부실 듯 열정적으로 드럼을 연주하는 모습에 사람들은 어느새 동화된다. 한 잔 들어가 조금은 느슨해진 감정을 음악에 따라 그대로 놓아두면 어느새 그 몸짓은 음악과 가장 어울리는 춤이 된다.

실내는 바닷가가 코앞에 있다는 것을 강조라도 하듯 벽에 상어, 송어 등 물고기 장식들을 잔뜩 들여놨다. 북적거리는 앞쪽을 지나 뒤편으로 가보니 가운데 당구대가 하나 떡 놓여있다.
남들은 고막이 터질 듯 시끄러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정신없이 고개를 흔들어대느라 난리인데 홀로 떨어져 고독을 즐기며 공을 굴리는 젊은이의 모습이 제임스 딘처럼 인상적이다.
커버 차지 4달러. 미국 맥주는 3달러75. 수입 맥주는 4달러50.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저녁 라이브 공연이 마련된다. 주소, 214 Ocean Ave. Laguna Beach CA 92651. 전화, (949) 494-3027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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