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말과 혀로하는 사랑”

2003-08-1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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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크리스천 1만 명을 대상으로 “어떤 문제 때문에 크리스천이 온전한 믿음생활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설문 조사를 실시해본 결과, 51%는 “잘 알면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신앙 태도” 때문이라고 답변했다고 한다.(Godpeople.com 설문조사) 오히려 금전에 대한 유혹, 외도, 성적 문란, 그리고 명예와 같은 문제들은 뒷전이었고, 오늘날 크리스천들을 힘들게 하는 가장 큰 이슈는 행동이 따르지 못하는 신앙 태도라는 자가 진단이었다.

언제부터인가 모르게 교회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많이 줄어들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아니 오히려 세속주의가 판치고 있는 가운데 세상 조직이 교회 조직에 영향을 미치고 세상이 교회를 훈계하려고 하는 그런 인상이 날로 더해가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한동안 교회가 세상에 큰 영향을 미치던 시절도 있었다. 구한말 백범 김구선생은 한국의 사회정세가 나날이 혼란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경찰서 열 곳을 세우는 것 보다 교회 한곳 세워지는 것이 사회를 정화시키는데 더 효과적인 역할을 한다는 지적을 했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기독교 국가인 미국에서는 한동안 취업 이력서를 제출할 때 반드시 출석교회 담임목사의 추천서가 있어야 이력서의 공신력이 인정되었던 때가 있었다.


그렇게 사회 변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공신력을 인정받던 교회가 오늘날 그 상당 부분을 상실하게된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그 물음에 대한 답이 바로 설문조사 결과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된다. 행함이 없는 신앙은 그 어느 것도 변화시키는 능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 믿는 사람들은 아는 것은 참 많다. 인터넷이나 미디어 테입 선교를 통해 설교 말씀도 많이 듣고, 여러 가지 성경공부 프로그램들을 통해 성경지식도 남부럽지 않을 만큼 많이 쌓아서 다방면에 걸쳐 참으로 아는 것은 많은데, 알고 배운 것을 실천에 옮기는 일에는 너무 인색한 것이 현실이다.

서로 사랑하라는 예수님이 주신 새 계명은 잘 알고 있는데, 그 일에 관심을 두기에는 나 자신과 내 가정을 향한 기도제목들이 너무도 많다. 불쌍한 사람들을 구제할 때도 음식 한 접시 대접하고, 과도한 감사의 말 잔치에 이어 봉사하는 사람들이 어떻게든지 나타나게 되길 기대하는 그런 순수하지 못한 구제가 있는 것도 현실이다.

교회는 늘고, 교인수도 그렇게 많아졌으면 사회적인 영향력이 그에 비례해서 늘어야 할 터인데 오히려 반비례 곡선을 긋고 있는 오늘날 크리스천들의 현주소를 자가 진단한 통계를 접하면서,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말씀이 “우리가 말과 혀로만 사랑하지 말고 오직 행함과 진실함으로 하자”(요한1서 3:17)라는 사랑의 사도 요한의 외침임을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백 승 환
(주님의영광교회 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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