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맥주없는 세상은 지옥”

2003-08-1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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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의 나라 독일과 체코, ‘비어’는 국민의 생활필수품

뮨헨과 필젠의 대결

술로 유럽지도를 그린다면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는 포도주 독일, 네덜란드, 체코. 덴마크, 벨기에는 맥주다. 그리고 폴란드와 러시아는 보드카다. 남쪽과 북쪽 동쪽이 술 문화가 완전히 다르다. ‘와인’하면 프랑스의 보르도와 버건디인 것처럼 ‘비어’하면 독일의 뮨헨과 체코의 필젠이다.




뮨헨에서는 매년 9월 중순부터 10월 초까지 ‘옥토버 페스트’라는 맥주 축제가 열린다. 몰려드는 관광객만 700만명. 이 기간 600만갤런의 맥주를 마시며 7만명이 들어갈 수 있는 텐트가 시내에 세워진다니 타운이 얼마나 시끌벅적대는지 짐작이 된다. 올해로 189주년을 맞는 옥토버 페스트는 맥시밀리언 왕의 결혼식 파티에서 유래된 것이다. 축제에서는 ‘복’이라는 도수가 높은 비어를 마신다. 뮨헨 맥주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스파텐’이라는 맥주로 여러 마리의 말이 맥주 통을 싣고 가는 그림이 병에 그려져 있다.
독일 맥주는 왜 유명한가



맥주의 역사는 6,000년쯤 된다. 전달과정을 살펴보면 바빌로니아-이집트-그리스-로마-바바리아(독일)로 되어 있다. 로마인들은 와인을 고급술로 쳤기 때문에 비어는 상인의 술이라 하여 바바리안 드링크라고 불렀다. 그러던 것이 수도원의 승려들이 맛을 개발하고 귀족들의 결혼식 파티에 쓰이게 되자 독일의 빌헤름 4세는 그 유명한 맥주 제조법(Purity Law)을 만들기에 이 른다.


독일 못지 않게 맥주를 국가적인 자랑으로 여기는 나라가 체코다. 클린턴 대통령이 체코를 방문했을 때 하벨 대통령이 그를 맥주 집으로 안내했다니 체코 국민의 맥주에 대한 긍지를 알 만하다. 체코에서 맥주로 유명한 곳은 ‘필젠’이며 체코 맥주의 상징인 ‘필즈너‘는 바로 이 지방 이름에서 유래한다. ‘버드와이스’라는 곳도 물맛 좋기로 이름 나 있는데 미국의 ‘버드와이저’는 바로 이곳 이름을 딴 상표다. ‘버드와이스’에서는 지하 300미터에서 끌어올린 물로 맥주를 만들기 때문에 맛이 달다. 맥주에서는 물이 가장 중요하다. 한국의 하이트와 일본의 삿포로 맥주가 지하수룰 끌어올려 만든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것도 바로 이런 연유다.


유럽 각국은 저마다 자랑하는 맥주가 있다. 독일의 스파텐, 체코의 필즈너 어켈, 네덜란드의 하이네켄과 그롤쉬. 벨기에의 두벨, 영국의 미첼 등은 잘 알려져 있다.

맥주에는 70여 종류가 있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마시는 것은 ‘라거’종류로 필즈너 스타일에 속한다. 색깔이 노랗고 4~6도의 맥주다. 라거란 저온도에서 발효시킨 맥주를 의미하며 시원하고 단맛이 특징이다. 흑맥주는 보리를 오래 볶아 색깔을 낸 것이며 구수한 맛이 난다. 흑맥주는 하이네켄이 시조지만 영국 흑맥주가 알아준다.



맥주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마시는 종류가 모두 틀리다. 버드와이저, 쿠어즈 등은 여름용에 속하며 유럽인들은 겨울에는 독한 흑맥주를 마신다. 또 우리가 일반적으로 마시는 것은 대량 생산한 싸구려 맥주로 좋은 맥주는 한 병에 4~10달러 한다. 비프, 생선, 샐러드 먹을 때도 유럽인들은 비어의 종류가 다르다. 맥주 잔도 겨울용이 있고 여름용이 있다.

북부 유럽인들은 “맥주 없는 세상은 지옥”이라고까지 말한다. 맥주 값이 오르면 모든 생필품 가격이 뛴다. 뮨헨에서는 비어 값이 너무 오르자 시민들이 폭동을 일으킨 적도 있다.


유럽에서는 ‘옥토버 페스트’가 열리는 9월과 10월이 맥주 시즌의 피크다. 시원해서 마시는 것이 아니라 맛을 음미하기 위해 마시는 맥주다. 개념이 다르고 차원이 다르다.


이철 주필 chul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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