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모의 마음 마지막으로 듣고 싶은 말

2003-08-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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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여년 전 미국에 이민오기 전의 일이다. 옆집에 살면서 가깝게 지내던 집사님이 장암으로 몇 달 동안 투병하다가 남편과 딸 하나만 두고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장례식에서 만난 그 분의 언니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아픈 기억이 있다. 아내가 아파 누워있는데 남편이 마지막 한 말이 “여보! 미안해요”라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은 그 집사님은 병석에서 고개를 돌리고는 그렇게 마지막 헤어졌다는 것이다. 아내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실수를 많이 했기 때문에 그렇게 밖에 말할 수가 없었겠지만, 그래도 너무나 섭섭하고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우리 교회의 사랑하는 집사님이 암으로 3 년간 투병하다가 사랑하는 자녀와 남편의 정성과 교인들의 중보기도에도 불구하고 천국으로 떠났다. 교회를 개척하면서 정말 새벽마다 많이 기도하던 집사님이라 특히 더욱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웠다.
더구나 딸 여섯. 사위가 셋, 손녀가 둘, 아내를 극진히 사랑하는 남편을 남겨두고 떠나는 집사님의 심정도 힘드셨겠지만, 남아 있는 가족들의 슬픔은 말로 할 수가 없었다.
남편되는 집사님이 아내를 보내면서 계속해서 하는 말이 “우리 집사람은 참으로 좋은 여자였어요!”였다. 그 집사님은 남편으로부터 “좋은 여자”라는 찬사를 듣고, 사랑하는 딸들로부터 “엄마 사랑해요!”라는 말과 사랑하는 가족들의 찬송을 들으며 천국으로 간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이 헤어진다는 것처럼 슬픈 일이 없다. 그런데 그 집사님은 너무나 행복하게 사랑하는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안고 천국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러면서 한편 내가 어느 날 남편에게 마지막 인사를 해야 한다면 나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남편으로부터 마지막으로 어떤 말을 들을 수 있을까 생각을 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말은 사랑한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밖에 더 좋은 말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그 좋은 말을 꼭 삶의 마지막에 해야 할 이유가 있겠는가? 평소에 써 보지 못한 말을 갑자기 하려면 어색하여 잘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살아있을 때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연습해야 한다. 그래야 위기의 순간이나 급한 상황에서도 지체하지 않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서로가 사랑한다고 고백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예수님의 사랑을 알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가족이 살아가면서 사랑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처도 많이 주고 받게 된다. 그러나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게 되지만 사랑은 영원하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사랑한다는 말을 듣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인간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이기 때문에!

박 상 은
(죠이 휄로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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