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베벌리 ‘인솜니아 카페’

2003-08-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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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드는 밤 대화 나누며 커피 한잔…

이 세상 나 홀로 잠 못 들고 깨어 있는 것 같은 밤. 불면증을 뜻하는 ‘인솜니아 카페(Insomnia Cafe)’에 가면 늦은 시각 잠 못 드는 고독한 영혼이 나 말고도 적지 않다는 사실이 위안으로 다가온다.
그 시간 집에서 주전자에 물을 올리는 대신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카페로 향하는 데는 아마도 심야 라디오를 들으며 잠 못 드는 미지의 존재들과 보이지 않는 대화를 나누던 젊은 날의 낭만을 되찾고 싶어서인지도 모른다.

토요일 새벽 1시의 인솜니아 카페. 불면증에 시달리는 이들 말고도 인솜니아를 찾은 부류들은 다양하다. 클럽에서 신나게 춤을 춘 뒤 조용히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려는 친구들, 편안한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고 헨리 밀러의 책에 빠져있는 남자, 전공 서적에 하이라이트로 줄을 쳐가며 열심히 공부하는 대학생, 그리고 랩탑 컴퓨터를 켜고 웹 서핑에 몰입해 있는 젊은이.


편안한 집 놔두고 인솜니아의 낡은 소파에 푹 눌러 앉아 있는 그들은 생면부지의 남남이지만 공간이 창조하는 보이지 않는 공감대를 한껏 공유하고 있는 건 아닐까. 작가와 아티스트, 뮤지션 등 LA의 지성인이라 불리는 사람 치고 인솜니아의 커피 덕을 보지 않은 이는 없을 것이다.
한인타운의 코딱지만 한 카페 하나 단장하는 데도 10만 달러가 우습게 들어간다고 하는데 인솜니아의 실내는 정말 돈 하나 안 들이고도 편안하고 개성 있는 공간을 창조했다는 생각이 든다.

거라지 세일이나 스리프트 샵에서 사왔음직한 소파는 낡고 제각각 이지만 푹 파묻혀 있으면 오랜 친구의 집에 온 것만큼 편안한 느낌이다. 한쪽 벽 붙박이 형 책꽂이에는 ‘The Harvard Classics’ 전집 등 고서들이 빼곡하게 꽂혀있고 사방에는 다분히 사회 참여적인 컨템포러리 아트가 걸려있다. 천장에 매달린 낡은 샹들리에는 ‘오페라의 유령’에 나올 법한 낡은 스타일로 30촉 백열등에 한참 못 미치는 희미한 불빛을 비춰준다.

이렇게 전통을 살린 인테리어지만 테이블에는 전원과 함께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는 첨단 장치를 갖추고 있어 좋은 대비를 이룬다. 케시어 바로 앞자리에는 컴퓨터를 가져오지 않은 손님들을 위한 평면 모니터와 컴퓨터가 있는데 모니터 앞의 ‘삼성’이라는 로고가 유난히 눈길을 끈다. 인터넷 이용료는 15분에 2달러, 30분에 3달러, 1시간에 5달러다.

커피와 각종 차는 물론 카푸치노, 라테, 모카도 뜨겁게 또는 차갑게 즐길 수 있다. 아이스크림과 에스프레소 커피를 섞어 만든 ‘Insomnia Special Shake’는 꼭 시도해볼 만하다. 이름만 보고 마셔보고 싶었던 차는 요기 티(Yogi Tea)와 요기 카푸치노. 주말 밤 케시어로 일하고 있는 아가씨, 모건 홀리(Morgan Hawley)가 요상한 맛이라며 극구 말리는 바람에 참았다.

먹거리로는 치즈케이크와 티라미수, 캐럿 케이크, 초컬릿 라즈베리 무스 등 달달한 맛의 후식 종류와 베이글, 시나먼 롤, 머핀도 종류대로 갖추고 있다. 오픈 시간은 오전 10시-새벽 1시30분까지며 주말은 새벽 2시까지 연다. 현금만 받는데 카페 안에 ATM 머신이 있다.
주소, 7286 Beverly Blvd. Los Angeles, CA 90036, Beverly를 타고 서쪽으로 가다가 La Brea를 지나 Poinsettia Place와 만나는 곳에 있다. 스트릿 파킹.
전화 (323) 931-4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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