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성 라자로 마을 돕기’등 봉사활동 분주 봉두완씨

2003-07-1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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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신앙인 이라면 남 돕는 일에 앞장서야죠”

“나병으로 고통받는 이들 아직 많아”
미주지역 성당 돌며 나환자 후원회 도와
3년전부턴 북한에 초 보내기 운동 전개
한국내 반미 시위 맞선 반핵시위 주도도

“참된 신앙인 이라면 남을 돕는 일에 앞장서야 합니다. 소수민족의 아픔을 아는 한인들이 힘든 이민 생활 속에도 5달러, 10달러의 후원금으로 ‘나도 누군가를 돕다가 죽은 사람’이 되는 기회를 갖게되니 얼마나 좋습니까”
“안녕하십니까? 봉두완입니다”로 한국 시민들의 아침을 열어주던 봉두완(68·천주교 한민족 돕기회 회장)씨의 목소리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있다. 70년대를 풍미한 TV앵커맨으로 바른소리, 쓴소리를 거침없이 내뱉으며 정치인으로 변신했던 봉두완씨가 갑자기 ‘하나님 사업’에 뛰어든 건 1988년 13대 국회의원 총선 이후, 좌절에 빠져있던 시기다.
“아주 올바른 길에 들어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느님 사업은 소명이 있어야 하는 일이지요”라고 밝히는 봉회장은 천주교 한민족 돕기회 회장, 클린 인터넷 국민운동 본부 이사장,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공동대표, 아름다운 혼·상례문화를 주창하는 생활개혁 실천협의회 운영위원장 등을 역임하고 있다. 그 중에서 무의탁 나병(한센병) 환자를 돌보는 가톨릭 시설 ‘성라자로 마을’ 돕기는 이러한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훨씬 전부터 봉회장이 관심을 쏟아온 일이다.
60년대 한국일보 워싱턴 특파원 시절 당시 서울교구가 피츠버그로 파견했던 고 이경재 신부(라자로마을 초대원장)와의 반갑고도 질긴 인연으로 라자로 돕기회에 몸담은 지 30년이 지났다는 봉회장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에도 몇 년째 미주 지역에서 열리는 성라자로마을 미주한인 후원회 행사에 김화태 원장 신부와 동행해 성당마다 미사 강론을 맡고 있다.
“의학이 발달하면서 나병도 단지 피부병에 불과한 질병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지만 아직도 버림받아 갈곳 없는 나병환자들이 100명 가량 라자로 마을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래도 라자로 마을은 나병환자들이 살고 싶어하는 실버타운이죠”
천주교 한민족 돕기회 회장인 봉두완 회장은 3년 전부터 전력 사정이 좋지 않은 북한에 매년 초를 보내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김수환 추기경이 총재로 활동하던 서울대교구 한민족복음화운동협회가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로 흡수된 후 천주교 한민족 돕기회를 설립한 봉회장은 매주 일요일 교회를 찾아다니며 초 보내기 캠페인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현재 단동 지역에 장애인을 고용하는 초 공장을 설립, 북한에 보내는 초를 생산하고 있는 천주교 한민족 돕기회는 8월17일 ‘초보내기 축성식’을 가질 예정이기도 하다.
나환자 돕기, 북한동포돕기 등 하느님 사업에 열심을 부리는 봉두완 회장은 반미감정 고조와 북핵 문제 등 민족적 위기에 봉착한 현 시국 타개를 위해 ‘반핵, 반김정일, 한미동맹강화’를 위한 시청앞 광장 국민 기도회를 주도하기도 했다.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가 촛불집회, 반미시위에 참가한 한국 젊은이들의 모습이 현 한국의 전부라고 오인하지 않도록 기성세대들이 힘을 합쳐 행동으로 보인 것이라고 설명하는 봉회장은 당시 CNN을 비롯한 외신들이 이 집회를 비중 있게 보도하며 한국의 반미 분위기를 중화시킬 수 있었음에 의미를 부여했다.
“사실 한국 사람들은 지금 재미동포에 대해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아요. 그냥 미국에서 잘 살겠지 생각할 따름이죠. 이민 생활이 어렵더라도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미주 한인들이 남을 돕는 생활을 하고 하나님에 대한 경외심으로 살아가길 바랍니다. 그래도 미주 한인들의 후원을 받는 라사로 마을 나환자들이 각자 재미교포를 위해 기도합니다. 하느님이 듣기에 더욱 간절한 기도죠”
한편 성라자로 마을을 후원하는 회원들의 만남 행사는 29일 성토마스한인천주교회에서 열리며 김화태 원장신부와 봉두완 회장이 미사를 봉헌한다.

<하은선 기자> eunseonha@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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