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떼를 치며 - 자식의 은혜

2003-07-0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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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자랑을 좀 해도 될까요? 두 주전에 아들 덕분에 LA 카운티 소방국을 둘러보고 911 신고를 받고서 소방차들이 출동하는 과정을 눈으로 직접 보며 설명 들었습니다. 그리고 소방국 국장과도 만나 악수도 하고, LA 메이저 언론사들과 인터뷰도 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LA 카운티 소방국 주관으로 초등학교 학생 포스터 경연대회가 있었습니다. 이번 독립 기념일을 맞이하면서 불꽃놀이를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습니다. 한 학년에서 한 명씩 최우수 작품을 뽑는데 제 아들이 1학년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는 것 아닙니까! 시상식에 참석해 보니 6명중 4명이 한국 아이들이어서 더욱 기뻤습니다. 시상식에서 돌아오면서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들아, 네 덕분에 소방국도 방문하고, 소방국 국장도 만나고, 점심도 잘 대접받았다. 고맙다. 네가 자랑스럽구나!!
이것이 자식의 은혜가 아닌가 싶습니다. 자녀가 부모에 의해 도움을 받고, 사랑을 받으며 살아간다고들 하지만, 부모의 이름으로 베푼 사랑과 희생을 통해 더 많은 축복을 받는 것은 오히려 부모이기에 그 자녀들을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라고 하는 것이 아닐까요! 물론 아이들이 부모의 속을 썩일 때도 있지만, 그러나 헤아려보면 기쁨을 주었을 때가 더 많았던 것을 기억합니다.
저희 집 큰 아이가 어렸을 때 기도하길 우리 때문에 엄마가 많이 힘든데 안 힘들게 해 주세요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기도를 듣고 제가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아니다. 엄마 아빠는 너희들이 셋이기 때문에 오히려 기쁨이 세배란다. 자식의 은혜를 알면 자식은 부모의 은혜를 압니다. 또한 은혜에 대한 감사의 표시를 꼭 해 보시기 바랍니다.
제 아들이 소문난 개구쟁이였는데 시상식 이후 많이 점잖아진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이런 생각을 해 보게 되었습니다. 아들이 자랑스럽고 내게 이렇게 큰 기쁨을 주었는데, 그럼 자식으로서의 기쁨은 무엇이겠는가? 입장을 바꾸어 놓고 이야기하면 자식들에게도 부모가 자랑스러워야지 않겠습니까? 자식들은 나에게 자랑거리가 되었는데 부모 된 나는 자식에게 자랑거리가 되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우리의 자녀들이 참된 하나님의 자녀로서 이 땅에 태어난 제 역할을 하도록 말씀으로 기도로 인내하는 삶을 보이는 것, 믿음의 씨앗을 가슴 깊이 심어주는 것이 부모들이 그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인 것 같습니다. 그럴 때 자녀들은 그 부모를 분명히 자랑스러워 할 것입니다.

이 성 현
(글렌데일 연합감리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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