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밀알타운 내년 뉴저지서 첫 삽”

2003-07-0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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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휠체어 100대 보낸 ‘세계밀알연합회’ 이 재 서 회장

전 세계 장애인을 대상으로 선교하고 봉사, 계몽하는 국제기구인 세계밀알연합회(이하 세밀연)가 지난 3월22일 북한 장애인들에게 휠체어 100대를 지원, 남북간 장애인 교류사업의 첫 물꼬를 텄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유럽, 캐나다 등 세계 각국에 60개의 지부를 두고 세계를 향한 밀알운동의 쉼 없는 전진을 거듭해온 세밀연이 드디어 북한 장애인들과도 따뜻한 사랑을 나누게 된 것이다. 1979년 10월 한국에서 앞을 전혀 못 보는 시각장애인 이재서 회장에 의해 시작된 밀알운동은 1987년 미국에서 이어졌고 1995년 3월30일 한국밀알선교단과 미주밀알선교단을 하나로 묶은 세밀연을 출범시키면서 세계 1,000개의 지부 설립을 목표로 세상을 향해, 세계로 향해 힘찬 행진을 하고 있다. 세밀연 지도자 대회 참석차 남가주를 방문한 이재서 회장을 만나봤다.

▲세밀연이 전개하고 있는 밀알운동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의 장애인들을 선교하고 교육과 복지, 생활 서비스, 장학금 수여 등 현실적으로 그들의 어려움을 도우며 장애인에 대해 사회와 교회에 바로 알리는 게 밀알 운동입니다. ‘운동’이란 말 그대로 움직임이 확산되어 가는 것, 그리고 끌어오는 것이죠. 역동성이 생명입니다. 밀알 운동은 소수와 다수가 통합을 향해 움직이는 겁니다. 올해 처음으로 장애인과 관련된 남북간 민간 교류가 세밀연을 통해 이뤄진 것도 이 같은 움직임의 결실입니다.
▲미주 지역에 건립될 예정인 밀알타운의 역할은.
△선교복지타운인 밀알타운 건립을 위해 4년 전 뉴저지 스프링필드에 54에이커의 부지를 확보했고 전반적인 설계가 끝나 내년 기공식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밀알타운은 세밀연 사무본부이자 세계 장애인 선교 사역자 훈련센터, 밀알 사역자 재훈련 센터, 재활학교와 의료시설, 밀알 공동체 등이 세워질 계획입니다. 밀알 사역자 만큼은 전문성 결여를 철저히 방지하고 한 번 밀알 가족이 되면 은퇴 후 생활까지 보장돼 오직 사역에만 전념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밀알의 세계 비전을 효과적으로 감당하고 모든 선교활동의 기틀을 마련해주는 세계 장애인선교의 전진기지가 바로 밀알타운이죠.
▲세밀연 회장이자 총신대 사회복지학과 학과장으로 선교단체 운영과 후진 양성을 겸하고 계신데 선교와 사회봉사를 두고 우선 순위를 정한다면.
△신학과 사회복지학은 양분될 수 없습니다. 굳이 논리적 순서를 따진다면 인간에게 중요한 영적 구원이 먼저지만 전도와 봉사는 동시적 행위입니다. 실제로 사회복지에 해당하는 봉사를 먼저 행하는 경우가 많죠.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자살하려 한다면 그 행위부터 중단시켜야겠죠. 자살행위를 막는 건 복지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목숨만 부지했다고 영혼이 구원된 건 아니죠. 신학, 사회복지학 따지지 말고 자연스럽게 병행하는 게 중요합니다. 선교단체를 이끌면서 총신대 교수로 강단에 선 것도 총신대에 변화를 추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총신대는 신학적 깊이가 탁월하지만 사회 봉사와 역할에는 소홀했습니다. 사회적 책임 완수를 위한 활성화 방안으로 사회복지학과를 설립했는데 제자들에게 무조건 목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지 말고 신앙 좋은 평신도로 남아 사회봉사, 정치참여 등 사회 각 분야로 진출하라고 가르칩니다.
▲미국에서 생활하는 한인 장애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미국이라는 국가는 장애인에게 편리한 조건과 환경은 있어도 한국에서처럼 말이 통하지 않고 친구가 없어 외로움을 더 느낍니다. 자원 봉사자나 가족이 도와주지 않으면 바깥출입이 더욱 어렵죠.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미국은 그 어느 국가보다 장애인에게 고용의 기회가 열려있기 때문에 장애인들이 직업을 찾으려고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모든 면에서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길 바랍니다. 장애인이라고 무조건 도움을 청하지 말고 내가 할 몫은 내가 하면서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겠죠. 또한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장애인 스스로가 배타적이거나 적개심을 지닌 경우가 많은데 비장애인이 장애인의 입장을 잘 몰라서 하는 실수는 장애인 스스로도 너그럽게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합니다.
<하은선 기자>
eunseonha@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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