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통 교회 새롭게 바꾸려 왔습니다”

2003-07-0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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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영락교회 담임 청빙된 림 형 천 목사

나성영락교회의 3대 담임으로 청빙된 림형천 목사(48)가 7월1일 부임했다. 뉴욕 아름다운교회를 떠나온 림목사는 이곳 교계에 새로운 얼굴. LA 한인교계를 이끌어온 박희민 목사의 후임이기에 어떤 인물인지, 교인들 뿐 아니라 한인사회 전체가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도 크다. 해외 한인교회중 가장 크고, 가장 보수적이며, 가장 모범적으로 성장해온 나성영락교회가 이민 100주년 시점에서 맞이한 리더십의 교체는 단순한 세대교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처음에 청빙을 받아들이지 않던 림목사가 마음을 바꿔 담임목사직을 수락한 것도 바로 그러한 대표성과 상징성 때문. 교회가 사회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시대, 이러한 시대상황에서 “나성영락교회가 바뀌면 이민교회, 나아가 한국교회가 바뀔 수 있다”는 비전이 그를 움직인 것이다. 지난 6일 첫 주일예배 설교를 통해 정식으로 ‘신고’한 림목사는 앞으로 6개월간 박희민 목사와 공동목회하면서 당회장과 담임목사직 준비수업을 쌓은 후 내년초 취임식을 갖는다. 아담한 체구에 동안의 얼굴, 조용하지만 사려깊은 말투 속에 성숙한 결단력과 강력한 리더십이 엿보이는 림형천 목사를 만나보았다.


서울 장로회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숭의여중 교목과 노량진교회 부목으로 사역한 후 도미, 프린스턴 신학대학원에서 설교학 석사학위, 보스턴 대학에서 설교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91년 뉴욕에서 아름다운교회를 개척하고 10여년만에 출석교인 1,800여명의 건실한 대형교회로 성장시켜 미주한인교계의 떠오르는 차세대 목회자로 주목받아왔다. 그가 담임목회하는 동안 아름다운교회는 지역사회에서 나눔과 베품을 실천하는 교회로 주목받아 현지의 주류 일간지들에 여러차례 크게 소개되기도 했다. 대대로 목회자 가정에서 태어난 4대째 목사로 전통과 개혁을 가장 잘 조화시킬 수 있는 목회자, 지성과 영성을 겸비한 명설교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청빙이 어렵게 이루어졌다고 들었습니다. 처음에 안 오려고 했다가 마음을 바꾼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이야기가 깁니다만, 여러 복잡한 과정과 일들을 거쳐 올 3월초에야 마음을 결정했습니다. 저는 개교회 담임으로서 섬기는 교회가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름다운교회는 그런 목표로 사역하면서 하나님의 축복으로 많은 일들을 해왔습니다. 그러니 다른 교회의 청빙을 받아들일 이유가 전혀 없었죠. 1년여전 나성영락교회로부터 공식 청빙서를 받았을 때 거절했습니다. 그러나 청빙위원회에서는 계속 와달라고 요청했고, 저도 계속 거부했지요. 그런데 기도하는 가운데 새롭게 도전하라는 하나님의 뜻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전통적인 교회는 새로움을 추구하는 일이 대단히 어려운데, 그 일을 위해 제가 떠나야한다는 깨달음이었습니다.

△전통교회가 어떻게 새로워질 수 있습니까?
▲나성영락교회는 전통교회의 대표이며 이민사회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영향력이 큰 교회입니다. 화평한 교회의 전통을 잘 유지하고, 새로워져야할 부분이 새로워진다면 사회에 좀더 공헌할 수 있고 다른 교회들을 도와줄 수 있는 모범적인 교회가 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민교회가 한국교회에 새로운 길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중심의 서구사회의 영향을 받은 이민자들이 모국의 교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돌파구를 마련해주어야 한다는 것이죠. 성경속의 위대한 인물들은 모두 이민자였습니다. 아브라함, 야곱, 이삭, 요셉, 모세, 다니엘, 바울, 심지어 예수님조차 이민자였습니다. 즉 다른 문화와 종교를 경험한 지도자들이 새로운 이스라엘 공동체를 세운 것처럼 한국교회가 스스로 극복하지 못하는 부분을 이민교회들이 돌파구를 마련해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어떻게 새롭게 할 계획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아직 취임도 하지 않은 상태인데 뭐라 말하기엔 시기상조입니다만, 기본적으로 교회가 자꾸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교회는 이민자들에게 생활의 중심이므로 내면적 치유도 필요하지요. 이민자의 삶에 도움이 되고 희망이 되는 일들을 부지런히 해나갈 생각입니다.

△아름다운교회보다 거의 4배 크기의 교회에서 목회를 하게 되었는데 어려움이 없겠습니까?
▲개인적인 관계가 바탕이 되어야 건강하고 행복한 공동체를 이룰 수 있는데 나성영락교회는 대형교회라 그런 점이 쉽지 않겠지요. 그러나 대형교회의 장점을 살리면서 가능한 목회자가 각 개인들의 삶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나성영락교회 당회가 유난히 보수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속된 말로 장로들의 파워가 센 교회인데요, 개혁에 어려움이 없겠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당회에 처음 참석했을 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열려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많은 장로들이 변화에 오픈돼있고 오히려 변화를 원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당회의 분위기도 매우 밝고 긍정적인 모습이어서 힘을 얻었습니다.

△나성영락교회를 비롯해서 교회들이 점점 대형화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봅니까?
▲교회의 크기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교회는 모이는 숫자의 크기가 아니라 일하는 크기로 평가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1천명이 모이는 교회가 100명 모이는 교회보다 일을 적게 한다면 대형교회가 아닙니다. 반대로 100명이 모이는 교회라도 1천명되는 교회만큼 일을 많이 한다면 그것이 대형교회 아닐까요? 또한 개교회 관점에서 보지 말고 하나님 나라 전체의 개념에서 본다면 대형교회의 성장은 75%가 교회간 교인들의 이동입니다. 한 교회가 커지면 다른 교회가 줄어든 것이죠. 그러니 외적인 잣대로 평가하거나 모이는 크기로 보지 말고, 교회 본연의 사명을 다하는 크기로 보아서 진짜 큰 교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내년 1월 취임할 때까지 6개월동안 박희민 목사와 공동목회를 한다고 하는데 어떤 사역을 맡게 됩니까?
▲박목사님은 떠나는 준비를 하고 저는 부임을 준비하는 기간입니다. 6개월동안 교회의 전통을 배우고 익히면서 내년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수요일 강해설교와 때때로 주일예배 설교를 맡으면서 자연스럽게 익히게 될 것입니다.


△자신의 목회스타일을 평가해주시죠.
▲목회자 가정에서 모태신앙을 갖고 태어났기 때문에 나의 신앙배경은 전통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형식은 늘 새로워지기 원합니다. 내용은 전통을 붙들고, 형식은 새로워지길 원하는 것이죠. 시대가 바뀌고 사람들의 가치관과 사고방식도 바뀌기 때문에 내용을 바르게 지키기 위해서는 형식이 늘 변화해야 합니다.

△4대째 목회자란 점이 많이 회자되는데요, 4대 목회자를 배출한 가정이 드문가봅니다. 그 배경을 설명해주시죠.
▲한국교회가 100주년을 맞던 1984년에 저희 가정이 유일한 4대 목사 가정으로 조사돼 표창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몇 가정이 더 생겼다고 하더군요. 첫 목회자였던 증조부(림준철 목사)께서는 독립운동으로 옥고를 치르기도 하셨고 만주로 올라가 이민자들을 돌보셨습니다. 그때 여러 교회를 세우셨는데 7년전 직접 가보니 그중 심양에 있는 한 교회가 아직도 건재하고, 요즘 한창 부흥하고 있어서 감회가 깊었습니다. 증조부께서 그때 벌써 이민목회를 하셨던 셈이죠. 조부(림재수 목사)께서는 평생 농촌교회만 돌보셨습니다. 반면 아버님(림인식 목사)께서는 예장 총회장과 숭실대 이사장을 역임하시면서 사회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셨어요. 선조들이 이민목회, 농촌목회, 도시목회를 모두 잘 하셔서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저의 형인 림형석 목사가 LA동부지역의 선한목자장로교회 담임목사로 사역하고 있습니다.

△가족소개를 해주십시오.
▲아내 이옥인과 12학년 되는 아들 경직(모세), 10학년 되는 딸 균한(글로리아)이 있습니다.
△LA의 크리스천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LA는 처음이고, 대형교회도 처음입니다. 배우는 마음으로 지역사회와 교회를 섬기려 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세상을 구원하기 위하여 하나님이 세우신 곳입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세상과 연결되어있고, 세상 속에서 제 역할을 다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많이 도와주시고 함께 노력해 나가길 빕니다.


<글 정숙희 기자·사진 이승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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