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윤실 호루라기 담임목사의 사례비

2003-07-0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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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한국과 미국에서 회계분식이란 말이 자주 매스컴에 오르내리고 있다.
회계분식이란 손익이나 재산을 허위로 꾸며 투자가나 세무당국등 이해 관계자들을 속이려는 수법이다. 회계분식은 단지 거짓보고에 그치지 않고 사기행위 나아가 범죄행위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교회는 과연 회계분식과 같은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불행하게도 “노”라는 대답이 한인교회의 현주소이다.
한국은 지난 40년간 역사상 유래 없이 교회가 부흥하던 시기에 괄목할만한 경제발전도 함께 이룩함으로서 믿음=돈=축복이라는 샤머니즘적 신앙관이 교회내에 폭 넓게 기생하게 되었다. 필자는 새삼 한국교회가 이런 저런 구실과 지금까지의 관행이라는 미명하에 잘못 처리되고 있는 재정문제들을 일일이 언급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이 기회에 교회에서 고의든, 그렇지 않든 저질러지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회계분식을 지적함으로써 보다 건강한 교회, 더욱 양식있는 목회자들이 많아지기를 바랄 뿐이다.
교회예산 중 제일 비중이 큰 지출항목은 일반적으로 인건비, 특히 담임목사에 대한 사례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규모(출석교인 100명) 이상의 한인교회 가운데 담임목사에게 지출되는 사례비 총액이 얼마나 되는지 일목요연하게 명시한 회계보고를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그만큼 담임목사의 인건비는 금기시 되어 왔고 여러 가지 항목으로 위장되어 있으며 가급적 적게 지급되는 것처럼 분식되어 있다. 가장 바르고 옳아야 할 교회에서 이 얼마나 추하고 부끄러운 일인가! 현재 일부 교회에서 야기되고 있는 부패와 비리는 이런 회계분식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목사가 돈 문제에서 깨끗치 못하고는 교인 앞에 떳떳이 설 수 없다. 교인 또한 넉넉히 예산을 세워 담임목사가 안심하고 목회에 전념할 수 있도록 안정시켜 드릴 의무를 가지고 있다.
요즈음 교회가 자꾸 기업화 되어간다고 염려하고 있다. 교회가 그런 소리 듣지 않으려면 재정문제를 원칙과 규정에 따라 처리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밝히는 방법뿐이다. 오늘날 교회와 목회자가 부패한 것은 교인들의 책임이 크며 교인들이 부정직하게 된 것은 교회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데 있다. 교인들이 교회의 재정을 잘 살피고 잘못된 점이 있으면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한국교회가 크게 성장했다고 기뻐하다가 이제는 오히려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십자가가 서 있다고 모두 교회는 아니다. 교회가 악덕기업에서 하는 짓과 다를 바 없다면 그 교회는 한갖 사욕을 채우려는 영리기관에 불과할 것이다.

조만연(CPA)
(밸리 주사랑교회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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