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술·미녀·음악 ‘주말 3미’매료

2003-06-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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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 핫 스팟
할리웃 픽앤 휘슬 바

영화 산업의 메카라는 할리웃. 지금이야 대부분의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근교의 버뱅크 시로 이전했지만 한때 할리웃 대로는 찰리 채플린과 마릴린 몬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말 그대로 ‘별들의 거리’였던 때가 있었다. 할리웃 블러버드 선상에 위치한 픽앤 휘슬 바(Pig’n Whistle Bar)는 1927년에 문을 연 기념비적인 장소이다. 얼마 전 보수 공사를 마치고 70년 전의 우아한 모습 그대로 다시 태어나 옛 화를 꿈꾸고 있다.

높다란 천장은 나무 조각이 웅장하고 오래된 유럽의 성당처럼 벽의 장식들이 중후한 공간을 연출해 준다. 한쪽 구석에 놓여진 주크박스에서는 엘비스 프레슬리와 브라더 포의 정겨운 노랫소리가 흘러나온다. 뭘 마시겠냐며 주문을 받으러 온 웨이트리스들이 모두들 하나 같이 시원하게 쭉쭉 뻗은 미녀들이다. 저녁 시간에는 이곳에서 일하지만 그들의 정체성은 비록 단역일지언정 할리웃의 배우다. 어깨를 딱 펴고 자세를 곧게 해 걷는 그녀들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서 싱그러운 젊음과 성공에의 야망을 읽는다.
중앙에는 대형 스크린을 높이 매달아 각종 경기를 관전할 수 있도록 했다. 월드컵 축구 경기가 있었던 지난 해 여름, 맥주 한 잔과 함께 중계를 지켜보는 손님들로 픽앤휘슬은 후끈 달아올랐었다. 운동 경기가 없을 때 이 스크린에서는 마음을 적시는 클래식 영화들을 보여준다.
점심때면 간단한 샐러드, 샌드위치와 함께 파스타, 닭고기, 스테이크를, 저녁때는 좀 더 맛깔스런 전채 요리와 메인 디시들을 선보인다. 컨트리 스타일 셰퍼드 파이와 햄버거는 탭에서 금방 따른 생맥주와 아주 잘 어울리는 서민적인 메뉴. 이곳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튜나 타르타르는 참치 회를 저며 아보카도와 생강 맛 나는 간장으로 무쳐낸 것으로 다분히 동양적 소스 맛이 입맛을 다시게 한다. 이 맛깔스런 음식을 만들어내는 주방장, 스티브는 팔뚝에 카다란 용 문신을 하고 머리를 빡빡 민 독특한 스타일. 독특한 이곳의 분위기가 잘 어울리는 이미지다. 커튼이 휘영청 드리워진 소파에 앉아 술 한 잔과 대화를 나누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면 돌아오지 않을 젊은 날들이 그리워진다.
주 7일 오픈. 런치는 11시 30분-2시 30분. 디너는 5시 30분-11시. 바 메뉴 (Bar Menu)는 오후 2시 30분-11시. 해피 아워 오후 4-7시. 주소: 6714 Hollywood Bl. Hollywood CA 90028 헐리웃 선상 Highland 동쪽, Las Palmas와 McCadden 사이에 있다. 전화: (323) 463-0000.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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