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모의 마음 사모의 길

2003-06-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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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삼년 전 내가 어느 은퇴하시는 목사님의 사모님께 ‘마음이 어떠세요?’ 하고 물은 적이 있었다. 그 사모님 대답은 아주 간단히, ‘해봐’이었다. 그때 내게는 ‘사모는 해봐야 안다. 그러니 겪어 봐라’로 들렸다. 아무 것도 모르는 나는 미리 알고 배우면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 묻고 싶은 것이 많았는데 더 이상 물어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철없고 어설프기만 했던 나는 삶으로 부딪치며 사모의 길을 익히고 배웠다. 하나님의 깊은 사랑과 인도하심을 체험하기도 했고, 나의 실수나 아픔을 통해서도 많은 깨달음과 지혜를 배운 것이다. 내가 사모가 된 후 겪었던 감동과 보람들을 일일이 다 기록할 수는 없지만 몇 가지만이라도 나누고 싶다.
남편의 단독목회 초창기에 초등학교에 다녔던 큰아들은 “하나님이 살아 계시면 하나님 일을 하는 아빠와 우리 가족이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되느냐”고 반문했던 사춘기의 아이였다. 그 앤 우리 부부와 몇 차례 몸부림치는 갈등과 대화 이후 어찌나 빨리 철이 들어가는지… 지금은 심리학과 철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 되어 부모에게 감사하는 것을 보면 얼마나 대견스러운지.
또 유학생으로 와서 우리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잘 하다가 남편의 권유로 신학을 다시 공부해서 지금은 타주에서 특수사역을 하는 황 목사님. 그의 어머니는 철저한 불교 신자였는데 “귀한 우리아들을 어떻게 유학을 시켰는데 목사의 길을 가게 하느냐”고 우리의 심방을 받지 않고 방문을 꼭 잠그고 나오시지 않으셨던 분이었다.
몇 년이 지난 후 그녀는 우리 교회를 찾아 오셔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목사님, 너무나 감사해요. 제가 우리 아들 때문에 예수님을 믿게 된 후 얼마나 감사하고 귀한지, 지금은 경찰인 남편뿐만 아니라 남편 직원들과 안 믿는 친척까지 모두 전도하고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는 전도자가 되었어요.” 얼마나 놀라운 변화이었는지 감격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여집사님은 오랫동안 우리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면서 뾰족하고 강한 성격으로 인해 많은 갈등과 고민으로 상담하며, 성경공부를 통해 신앙을 생활화함으로 차츰 부드럽고 너그러운 삶으로 바뀌어져, 대인관계와 가정생활이 원만해지고, 좋아지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녀가 타주로 이사한 후에도 그녀의 남편까지 우리를 잊지 않고, 아직도 얼마나 교회를 생각해 주는지 눈물이 나도록 고마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이 모두가 내가 사모가 되지 않고서야 어찌 알고, 경험하며 느낄 수 있는 보람이며 감동이었겠는가. 남편의 목회를 도우며 함께 가는 사모의 길이 결코 고난으로만 그칠 수 없는 사막의 꽃과 열매가 되지 않았는가. 눈물과 고난의 햇수대로 갚아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요. 기적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큰 보람과 감격이 있기에, 남은 시간들을 더 많은 영혼들을 주님 앞으로 인도하며, 섬기고 사랑하는 사모의 길을 가고 싶다.

신 혜 원 (새롬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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