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기성찰 있어야 사회가 맑아”

2003-06-27 (금)
크게 작게
LA정토회 의장 유수 스님

한국인의 아름다운 마음이
미국의 새문명에 영향줘야

올해 초 쿠야마 밸리에 수련원을 개원한 LA 정토회(이사장 법륜 스님)는 일과 수행이 하나된 삶을 사는 사람들로 구성된 공동체다. 정토회(지도법사 법륜 스님·의장 유수 스님)는 산하에 개인의 수행과 실천을 조화케 하는 ‘정토수련원’과 각종 실천활동을 하는 ‘정토법당’, 그리고 우리민족 서로돕기 불교운동본부로 시작된 국제평화·인권·난민지원센터 ‘좋은 벗들’, 국제기아·질병·문맹퇴치 민간기구 ‘한국 제이티에스’(Join Together Society) 등 NGO를 두고 사회실천운동을 전개하는 불교단체다. 정토회의 정신적 지도자가 지난해 막사이사이상을 받은 법륜 스님이라면 유수 스님은 정토회 의장으로 실무 책임자다. LA 정토수련원이 25~29일 실시하는 제243차 깨달음의 장을 지도하기 위해 LA를 방문한 유수 스님을 인터뷰했다



△LA 정토수련원을 소개하면
▲지난 92년 이강준 법사에 의해 포교를 시작한지 10년이 넘었습니다. 매번 장소를 빌려 깨달음의 장을 열다가 수행 공간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LA 회원들이 신심으로 건립했습니다. LA 정토수련원은 마음의 평화를 찾는 수행도 하고 정토회가 추진하고 있는 NGO 활동도 함께 할겁니다. 이번 깨달음의 장에는 원래 법륜 스님이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이라크와 아프간, 인도 등지에서 가진 순회법회와 단식으로 인해 몸이 불편하셔서 제가 대신 왔습니다.
△정토회의 사회실천 활동이란 무엇입니까
▲정토회는 불교 포교를 목표시한다기보다 인류애를 강조하는 단체입니다. 최소한 배고파 굶어 죽는 사람이 없는 세상, 나을 수 있는 병인데도 의약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이가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죠. 지구상에는 현재 1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인구가 12억이고 2달러 이하로 살아가는 인구가 25억에 달합니다. 세계 인구 60억의 ⅔이상이 기아선상에 있다는 얘기죠. 반대로 미국에서는 비만퇴치에 드는 비용이 900억달러라고 하는데 이는 너무 많이 먹어서 생긴 현상이죠. 굶어 죽는 사람들의 부족분으로 인해 우리가 풍족함을 누리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삶의 기반을 제3세계 돕기에 두는 게 마땅하죠. 또 한가지는 문맹 문제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글 정도는 읽을 줄 알아야겠죠. 인도 보다가야 지역에 초등학교 하나와 유치원 14개, 기술중고와 전문대를 설립해 문맹 퇴치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정토회는 탈북자 지원, 민족 정체성 확립 등 통일 역사 조성에 적극 참여하는 있는데 통일시대를 대비해 미주 한인들에게 바램이 있다면
▲티벳인이 세계에서 특이한 국가로 존경받는 이유는 달라이 라마라는 정신적 지도자의 공적도 있지만 티벳인 모두가 민족의 정체성을 버리지 않기 때문이죠. 미국을 생활터전으로 삼아 이민생활의 애환과 괴로움을 겪을지라도 ‘한국인’의 정체성을 반드시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미국사회에서 한국인은 한결같이 마음이 평안하고 가난해도 남을 도울 줄 아는 국민으로 인정받길 바랍니다. 세계를 제패했다는 미국의 신지식인이 참선이나 명상에 호기심을 갖는 것은 그만큼 정신 세계의 갈증을 느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국인의 아름다운 마음이 미국에 새로운 문명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게 미주 한인들의 몫이지요.
△마지막으로 한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돈도 잘 벌고 지위가 높아지고 건강을 유지해 오래 살고 싶은 것이 모든 사람들의 소원이죠. 돈 버는 법, 권력을 쫓는 법은 통달한 사람이 자기 자신을 몰라서야 되겠습니까. 부가 쌓이는 것, 인기를 얻는 것 모두 유한한 것이지만 자신의 존재는 그대로인 것입니다. 자신을 찾아가는 공부, 즉 자기성찰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한 사람의 마음이 맑아지면 가족의 마음이 맑아지고 한인사회가 맑아지며 더 나아가 미국 전체가 평온해지는 겁니다.


<하은선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