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모의 마음 결혼 훈수

2003-06-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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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제 얘기 좀 들어보세요. 남자가 왜 그리 쩨쩨해요?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여편네가 무슨 살림을 이따위로 살아?’ 또 창문턱을 쓰윽 문질러 보며 ‘청소는 언제 한거야?’ 살림을 잘 살든 못 살든 여자에게 맡길 일이지 무슨 남자가 치사하게 부엌 간섭까지 해요? 아유-더 이상은 같이 못살겠어요.”
이틀이 멀다하고 결혼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해 오던 어떤 분이 드디어 이혼을 결심하고 토해낸 말이다. 장기를 두는 분들 옆에서 구경꾼들이 훈수하듯 나는 오늘 장기가 아닌 결혼 훈수꾼 노릇을 하고자 한다.
남편들이 어떨 때 아내에게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나는 결혼 전에 이미 교육을 받았었다. 어느 가정 세미나에 반주를 부탁 받고 갔다가 뜻밖에 너무도 중요한 강의를 듣게 된 거다. 그 강사님의 말씀인즉 “남편의 아내에 대한 관심이란 첫째도 섹스요 둘째도 섹스요 셋째도 섹스요 넷째는 음식이요 다섯째는... (기억이 안 난다).” 고로, 아내는 남편의 요구를 언제나 들어주어야 하며(아무리 피곤하더라도) 이 요구가 거절되는 경우 남자에게 심한 분노, 좌절감, 복수심, 불만 등이 쌓여 부부애에 금이 가고 가정파탄이 일어난다는 거다.
나는 이 강의를 마음 깊이 새겨두었다가 결혼생활 내내 하나님을 모신 가운데 남편을 사랑하면서 그대로 실천했더니 정말 행복하게 살게 되었다. 그래서 서슬이 퍼렇게 이혼 운운하던 그분에게 한바탕 훈수를 해드리고 전화를 끊었는데 그 이후 종내 무소식(이 댁은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오랜만에 그분을 만나게 되었는데 내 귀에다 대고 살짝 “사모님, 우리 너무 잘 지내고 있어요.”
이 일을 계기로 나는 확신을 가지고 기회가 닿는 대로 우리 교회 여성도들에게 이 훈수를 해 준다. 특히 결혼을 앞둔 신랑 신부에게. 우리 딸이 9년 전 결혼할 때와 3년 전 며느리가 될 아이에게 들려준 훈수는 이렇다.
첫째, 매일 하나님께 가정 예배를 드리되 남편으로 하여금 인도하게 할 것. 둘째, 남편으로 하여금 가정을 다스리게 하고, 남편을 가정의 머리로 삼을 것. 예를 들어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의논을 자유롭게 하고 의견을 자유롭게 꺼낼 수는 있지만 결정권은 반드시 남편에게 주어라. 셋째, 생리기간을 제외하고 남편이 요구할 때 절대 거절하지 말 것.
“이 세 가지를 잘 지키면 너는 평생 남편의 사랑을 받으며 행복한 가정을 이루게 될 것이다.” 아들에게는 “네 아내를 고양이 다루듯 열심히 쓰다듬어 주고 안아주고 이뻐해 주어라. 사랑한다는 말도 곁들여서.”
내가 훈수를 해준 부부 치고 문제를 일으킨 부부가 아직은 없고, 우리 딸 부부는 결혼한 지 10년이 다 되어가고 아들부부는 3년이 넘는데 언제나 행복한 깨가 쏟아지고 있다.
별소리 다 한다고 하겠지만 그게 그렇지 않다. 내 친구 한 사람은 “얘, 그거 별거 아닌 거로 알았는데 그렇게 중요하더라. 네가 나에게 알려주었듯 요즘은 나도 문제 있는 부부를 만나기만 하면 열심히 알려주고 있어.”

신 은 실
(오렌지카운티 한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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