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떼를 치며 좋은 영향, 나쁜 영향

2003-06-1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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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열리는 글로리 캠프에 팀 맴버로 봉사하기 위해 홀로 산을 올라가던 박 모집사님이 산길 중간에서 차가 여러 바퀴 구르는 대형사고를 당했다. 박집사님은 이날 사고 직후 “아! 이렇게 주님 앞에 가나보다”라고 잠시 생각했는데, 차가 3, 4바퀴 구른 뒤에 기적처럼 차안에서 타박상 한곳도 없이 빠져 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뒤쫓아오던 차들의 신고로 얼마 뒤에 경찰차와 앰뷸런스가 몰려 왔는데, 경찰이 박집사님에게 와서 “저 차안에 있던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물어서 “내가 바로 저 차에서 나온 사람”이라고 말하자 도무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고.

박 집사님은 앰뷸런스에 태워 병원 응급실로 이송시키려는 경찰을 오히려 설득해서 경찰이 운전하는 순찰차를 타고 캠프 산장에 도착해 팀 멤버로서 3박4일 동안 맡은 봉사를 다 마치고 산을 내려갔다.


그런가 하면 조 모집사님은 간과 위장에 퍼진 암세포로 인해 때때로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면서 자신의 몸도 가누기 힘든 상황인데, 또한 팀 멤버로 봉사하겠다며 산에 올라가 4일 동안 누구보다도 열심히 밤잠까지 거르면서 열심히 봉사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살고 있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눈시울이 붉어져서 나오던 한 집사님은 “오늘 옆자리에 앉아서 뜨겁게 눈물 흘리며 기도하는 집사님을 보면서 나도 왠지 모르게 눈물이 터지면서 한참동안 기도하고 나왔다”고 말하면서 그 집사님 덕분에 나도 오늘 새벽기도에서 은혜 많이 받았다고 말한다.

열심히 말씀 전했던 목사의 입장에서는 말씀으로 은혜 많이 받았다고 하면 더 좋겠지만... 어찌되었던 은혜 받았다고 하니 감사한 일 아닌가.


어찌 보면 쉽지 않은 신앙 생활을 하면서 우리는 자신이 처해있는 주위 환경, 그리고 함께 신앙생활하고 있는 신앙 동료들에 의해 지대한 영향을 받고 있다. 주변 환경이 은혜를 사모하는 분위기이면, 그 가운데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은혜를 받고, 반대로 주위에 신앙 생활 열심히 하려는 헌신된 사람들을 찾기가 힘든 환경 가운데서는 본인도 은혜 가운데 살기 참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지난번 글로리 캠프에 참석했었던 사람들의 간증을 들어보면 많은 분들이 생사를 가름하는 차 사고에도 불구하고 팀 멤버로 사명을 다 감당했던 박집사님과, 암으로 투병하는 가운데 4일간 봉사를 꿋꿋이 해낸 조집사님의 헌신을 통해 가장 큰 은혜를 받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박집사님과 조집사님은 지난번 캠프에서 가장 ‘좋은 영향’을 끼쳤던 팀 멤버로 꼽힐 것이다.

과연 나는 내 주위의 형제, 자매들에게 좋은 영향을 많이 미치고 있는가, 아니면 그들의 신앙 생활을 더욱 힘들게 만드는 나쁜 영향만 주고 있는가?...훗날 주님 앞에 서게 되었을 때를 대비해서라도 가끔씩은 내가 신앙 동료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한번씩 점검해 보는 작업이 필요하리라 믿는다.

백 승 환
(주님의영광교회 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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