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디스코 볼링장

2003-05-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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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링 만? 천만에…‘젊음의 열기’도 터져난다

산산이 무너지는 핀, 쾌감 만끽
‘마시고 춤추면 운동은 보너스’


예전 한국에선 볼링 치러 간다는 것이 무척 사치스럽게 느껴지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미국에 처음 와서 친구들과 동네 볼링장엘 가보곤 기겁을 하고 말았다. 정말 여흥 거리 없는 소도시에서 축 늘어진 중년들이 버드와이저 한 병을 들고 주말을 보내는 심드렁한 레저라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세상 만물은 변한다. 그리고 볼링장의 경우도 예외는 될 수 없다.



이윤세(22·학생)씨와 허율(20·학생)씨는 학교도 같고 아르바이트로 함께 하는 단짝친구. 20대 초반 등 푸른 나이니 주말을 지낼 만한 신나는 레저 활동이 얼마나 많을까. 하지만 요즘 이 두 친구가 빠져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볼링이다. 우연히 유니버셜 시티 워크에 영화를 보러 갔다가 질리언스 하이라이프 레인스(Jilian’s Hi-Life Lanes)를 발견한 그들은 요즘 주말이면 만사를 제쳐두고 디스코 볼링장을 찾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푸르스름한 조명과 멀티 대형화면 가득 영상이 쉬지 않고 현란하게 돌아가는 것도 젊은 그들의 취향에 꼭 맞아떨어진다. 10개의 레인에는 터질 듯 신선한 젊은이들이 날렵한 자세로 공을 굴리고 있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10년은 젊어지는 느낌이다. 고객의 90퍼센트 이상이 21-44세 사이의 청소년과 장년이라는 통계는 사실 그대로였다. 천장에는 반짝반짝 쉬지 않고 돌아가는 은색의 공이 ‘토요일 밤의 열기’와 같은 흥분을 불러일으킨다.

기원전 5200년께의 이집트 고분에서는 현재의 볼링과 비슷한 대리석 보울과 핀이 발굴됐었다. 그 시절 인류도 무료할 때면 오늘날의 볼링과 비슷한 게임을 즐겼다는 얘기. 공이 굴러가 핀을 쓰러뜨리는 순간 묘한 쾌감과 스트레스 해소를 느끼는 것은 바로 인간 내면 깊숙한 곳에 감추어진 파괴본능이 만족되기 때문이다.
연령에 관계없이 누구라도 간단히 즐길 수 있는 볼링은 힘이 없어도 기술만 익히면 높은 애버리지가 나올 수 있는 레저다. 가슴이 펑 뚫리는 시원한 소리와 함께 재미있게 게임을 즐기다 보면 운동은 보너스로 된다. 볼링 3게임은 테니스 20분, 사이클 20분, 골프 18분, 조깅 15분에 해당되는 열량을 소모한다.

약 12파운드 정도의 공을 골라 들고 저 끝의 핀들을 쏘아보는 허율 씨의 눈매가 매섭다. 스탠바이 상태로 선 그는 마음속으로 다시 한번 주문을 외운다. “공을 던질 때는 항상 목표 스포트를 정면으로 대하고 이를 향해 똑바로 걸어나가 목표 스포트에 대고 정확하게 굴린다.” 그런데 너무 오래간만에 해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걸까. 공은 멀쩡한 레인을 놔두고 깊게 패인 도랑으로 굴러가고 말았다. 스페어 잡기로 핀을 쓰러뜨리지 못했다면 바로 옆 레인의 소녀들 보기가 민망할 뻔했다.

170으로 허율 씨보다 조금 낳은 애버리지를 갖고 있는 이윤세 씨가 장기 훈수하듯 한마디 거든다. “팔과 어깨에 힘 빼고. 어깨는 수평으로. 스윙하는 팔의 팔꿈치를 구부리면 쓰나?” 어디 몰라서 못하나. 하지만 그의 훈수를 다시 새기며 공을 던지니 신기하게도 무게감을 느끼지 않고 리듬 있는 투구를 할 수 있었다.

한번의 드로잉으로 핀들이 모두 쓰러져나간 스트라이크는 보는 사람도 시원하니 던지는 사람의 쾌감이야 말할 필요도 없다. 스트라이크를 한 이윤세 씨가 손을 쳐들고 허율 씨를 향해 달려온다. 젊음이 좋다.
볼링과 디스코 테크, 비디오게임과 당구, 바와 레스토랑을 결합한 독특한 종합 엔터테인먼트 센터 질리언스는 1988년 보스턴에서 처음 문을 연 체인점. 대형 스크린 TV로 스포츠 경기를 즐길 수 있는 비디오 카페(Video Cafe)에서는 전형적인 아메리칸 메뉴를 맛볼 수 있고 최신 시설의 당구 테이블이 갖춰진 9볼 라운지(9 Ball Lounge)에는 당구공 부닥치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려온다.

가장 최신의 게임을 갖추고 있는 어메이징 게임스(Amazing Games), 뜨거운 에너지가 뿜어 나오는 애틀라스 댄스(Atlas Dance)와 그로브 셰크(Grove Shack), 편안한 자세로 블루스와 재즈 록을 즐길 수 있는 블루 캣 라이브(Blue Cat Live), 라이브 드럼 소리와 콩가의 울림이 신명나는 모조(Mojo) 역시 주말의 나이트 스팟으로 부족함이 없다.
질리언스 내에는 베니하나처럼 요리사들이 테이블 앞에서 6코스로 구이 요리를 선보이는 히바치 그릴(Hibachi Grill) 등 먹거리도 다양하다. 여기에 볼링장인 하이라이프 레인즈(Hi-Life Lanes)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먹고 마시고 즐기자(Eat! Drink! Paly!)는 그들의 모토는 한 곳에서 실현된다.


▲Jilian’s Hi-Life Lanes 주소: 1000 Universal Center Dr. Universal City, (818) 985-8234 오픈 시간: 일-목요일은 오전 11시-새벽 1시. 금, 토요일은 오전 11시-새벽 2시. 레인은 고작 10개이지만 푸르스름한 조명이 눈부시며 1층에는 최첨단 시설을 갖춘 비디오게임 방이 있다. 바에서 마시는 볼 핀 모양 잔에 담긴 맥주는 별미.


▲Mar Vista Bowl 주소: 12125 Venice Blvd Venice, (310) 391-5288. 오픈 시간: 주7일 오전 9시-자정까지. 우주를 테마로 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볼링장. 일요일 오후 6시30분부터 3시간 동안은 스페셜 타임으로 10대와 젊은 커플들로 열기가 가득한 것이 나이트 클럽을 연상케 한다.

▲All Star Bowling Lanes 주소: 4459 Eagle Rock Blvd Los Angeles, (323) 254-2579 오픈 시간: 월-목요일은 자정-오후 10시 30분. 금, 토요일은 정오-자정. 일요일은 정오-오후 10시. 이글 락에 위치한 22개 레인을 갖춘 이 볼링장은 어두 침침하고 냉방 시설도 잘 작동하지 않지만 가라오케 바와 라운지에서는 레드 제플린의 노래도 부를 수 있다는 것이 매력. 매주 금요일 6시30분에는 Las Vegas League가 열린다.

▲Pickwick Bowling 주소: 921 W Riverside Dr. Burbank, (818) 845-5300 오픈 시간: 일-목요일은 오전 9시-자정, 금, 토요일은 오전 9시-새벽 1시. 옆에 연회장과 아이스케이트 링크, 길 건너로 승마 공간을 두고 있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센터 내에 위치한 피크위크 볼링장은 24레인을 갖추고 있으며 조명 시설 또한 훌륭하다. 게임 비용은 요일에 따라 2달러50-4달러. 최신 볼링 장비와 신발을 판매하는 프로 숍도 있다.

▲Corbin Bowl Pro Shop 주소: 19616 Ventura Blvd. Tarzana, (818) 345-7926 디스코와 네온 조명이 비치는 가운데 볼링을 즐길 수 있는 곳. 주말 저녁에는 줄이 길어 일찍 도착하는 편이 좋을 듯. 기다릴 때에도 라이브 음악과 가라오케를 즐길 수 있어 지루하진 않다. 17.50달러에 무제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패키지도 있다.

▲AMS 주소: 3545 E.Foothill Blvd. Pasadena, (626) 351-8858 오픈 시간: 금, 토요일 오전 9시-새벽 1시30분. 일-목요일 오전 9시-오후 11시.

▲Gable House 주소: 22501 Hawthorne Blvd. Torrance, (310) 378-2265 오픈 시간: 월-목요일은 오전 9시-새벽 2시. 금-일요일은 오전 9시-새벽 3시. 두 게임 이상을 하면 2게임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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