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타운 복판 신세대교회 ‘K.O.G. 패밀리’

2003-05-2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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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10대 복음의 현장’

알렌 김 전도사 청소년에 희망의 씨앗
가슴 밑바닥 분노 풀며 하나돼
갱 멤버도 만나면 금새 한 가족

학교와 가정에서 문제아로 찍힌 10대 청소년들이 소리 없이 모여드는 교회가 있다. PC방을 전전하고 길거리를 방황하며 탈선의 길로 접어드는 청소년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서 알렌 김(26·한국명 김상준) 전도사가 K타운 한복판에 개척한 교회 ‘K.O.G. 패밀리’가 바로 그 곳이다.
뉴햄프셔와 윌셔 블러버드에 위치한 ‘K.O.G. 패밀리’는 언뜻 듣기에 영화제목 같기도 하고 갱단 이름 같기도 하지만 바이올라 대학교 목회학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김전도사가 성경에서 찾아낸 ‘Kingdom of God’을 10대들이 부르기 쉽게 축약한 교회이름이다. 문자 그대로 하나님이 특별히 사랑하는 10대들을 전도대상으로 설립된 ‘하나님 나라 청소년 공동체’를 뜻한다.
“부모들은 한심하게 생각할지 몰라도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겐 저마다 이유가 있어요. 가정파탄을 눈으로 직접 보고 자라선지 사랑이 결핍된 아이들이 대부분이죠. 집이 싫다보니 가출을 밥먹듯 하고 학교도 빠지게 되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문제아로 낙인찍혀요. 그러다가 학교에 가면 갱단 가입을 강요받게 되죠”
나성한인교회에서 영어고등부를 인도하던 김전도사는 부모 따라 교회에 나오는 모범생들을 대상으로 편하게 하는 목회는 자신의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K타운을 배회하는 청소년들을 향한 목회를 결심했다. 우선 부모의 도움을 받아 1,500스퀘어 피트의 예배 공간을 임대했고 지난 3월2일 20명의 10대 청소년 수제자(?)들과 함께 신세대 교회(New Generation Christian Church)를 표방한 ‘KOG 패밀리’를 창립했다.
그로부터 2개월이 지난 요즘 KOG 패밀리 주일예배에는 70-80명의 10대 청소년들이 모여든다. 미래를 준비하는 희망보다는 일탈 행위가 더욱 즐거운 10대들에게 희망의 씨앗을 키워주는 꿈의 교회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호기심 삼아 KOG를 노크해보는 것.
예배당이라고 해봐야 정면에 걸려있는 십자가를 향해 배열된 간이용 의자가 전부여서 ‘빈민가 게토 같은 언더그라운드 교회’로 비치지만 친구에게 끌려 교회에 놀러온 10대들이 첫 발을 딛는 순간 ‘여기가 바로 우리들의 천국’이란 거부할 수 없는 복음의 파워가 들끓는 교회다.
“교회문을 열고 서로 인사를 나누자마자 눈빛으로 알아요. 끼리끼리 느끼는 우리만의 동지의식 같은 거죠. 사실 거리에서 마주 치면 금방 주먹이 오고가는 다른 갱단 멤버라도 우리 교회에서 만나면 스스럼없이 어깨동무를 하는 적이 아닌 가족으로 변해버려요”
스스럼없이 친해지고 금새 웃음 가득한 대화의 꽃을 피우는 아이들이지만 저마다 가슴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분노와 원망이 공통 분모를 이루고 있다.
금요일 저녁 성경공부가 끝나고 간증 시간, 누구에게도 말하기 싫었던 자신의 고민과 느닷없이 치밀어 오르는 분노의 이유가 고만고만한 또래들 앞에서 터져 나오는 순간이다. 한바탕 울고 나면 속이 시원해지듯 가슴에 꾹꾹 숨겨 놓았던 울분과 설움을 하나님에게 털어놓고 나니 새로운 인생이 눈앞에 펼쳐지더라는 고백과 함께 이들은 KOG 패밀리라는 이름 아래 하나가 된다. 가정과 학교에서 소외되어 가는 10대 청소년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KOG 패밀리 예배 열기는 그 어느 교회 못지 않게 뜨겁다. ‘KOG 초컬릿’(리더 제임스 김)이란 별칭을 지닌 밴드가 찬양과 경배를 인도하고 김전도사가 20-30분 동안 설교를 한다. 설교가 너무 재미있어서 20-30분이 금방 지나간다고 말하는 존 김(9학년) 군은 “설교가 아니라 코미디를 보는 것 같아요. 그래도 설교가 끝나면 우리 마음속에 ‘콱’ 박히는 메시지가 있는 게 특징이죠”라고 강조한다.
현재 김전도사를 비롯해 로저 김(UCLA재학), 대니얼 지(오티스 칼리지), 생 김(칼스테이트LA), 스티븐 서니 이(12학년) 4명의 리더들이 KOG패밀리의 사역진. 여기에 말썽만 일으키던 아이들이 교회로 향하는 모습에 감동한 부모들이 아름아름 모여 ‘KOG PTA(어머니 기도회)’가 조직됐다.
“그래도 주일마다 우리 아이들에게 걷히는 헌금 총액이 60달러는 됩니다. 꼬불꼬불 접힌 1달러 한 장밖에는 하나님께 드릴 수 없지만 ‘사랑’만은 가득 차고 또 넘치는 교회입니다. 하나님을 향한 사랑, KOG 패밀리의 사랑이 기초가 되어 탄탄한 팀웍으로 성장하는 교회가 될 겁니다”
KOG패밀리 교회주소는 3255 Wilshire Blvd., #1408 LA, CA 90010이며 문의는 (909)608-9481 웹사이트 www. xanga.com/kog_fool


<하은선 기자> eunseonha@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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