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까운 이웃에 복음전도”

2003-05-0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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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운타운 히스패닉 근로자 선교 빅터 김씨

스패니시 성경책 나눠주며 말씀인도
3월 첫 모임에 120명 모여

5월 첫째주 금요일, 다운타운의 봉제공장 밀집지역.
시계가 낮 12시를 가리키자 빅터 김씨(46)의 공장 철창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분주하게 테이블을 차리기 시작한다.
눈 깜짝할 사이에 테이블을 수북히 채운 것은 샌드위치, 음료수, 과자, 그리고 스패니시로 된 성경책. 모두 이 지역 봉제공장에서 일하는 히스패닉 노동자들을 위해 준비한 것들이다.


12시30분이 되어 히스패닉 근로자들이 하나, 둘 찾아오기 시작하자 “비엔 베누도”(환영합니다), “헤수스 레 아마”(예수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디오스 레 벤디가”(하느님은 당신을 축복하십니다)를 주문처럼 외우며 성경책을 나눠주는 김씨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오랫동안 의류·봉제업 관련 분야에 종사해온 김씨가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어왔던 히스패닉 전도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지난 3월. 성경책을 나눠주며 전도하는 국제 선교단체 ‘기드온’(The Gideons International)의 LA 지국에서 3년째 멤버로 활동해 오며 히스패닉 공장 근로자들에 대한 선교의 생각을 굳혔다.

“이 분야에서 일을 하면서 늘 히스패닉들에 대한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경제적으로 어렵고 생활에 여유가 없다보니 성경책 하나도 제대로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에요. 이들이 성경을 읽으면서 하느님을 영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3월 처음으로 마련한 자리에 무려 120명이 왔었다며 흐뭇해하는 김씨는 “봉제공장의 40~50%을 한인이 소유·경영하고 있는 만큼 히스패닉 노동자와 한인과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며 히스패닉 선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76년 이민 80년대 초 UCLA에서 정치학을 공부하면서 배워둔 스패니시 덕분에 히스패닉들과의 웬만한 대화는 가능하다는 빅터 김씨는 뜻을 같이 하는 교우들과 함께 앞으로 매월 첫째 금요일 이런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라세희 기자>
seheera@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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