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확신’(Confidence) ★★★★(5개 만점)

2003-04-2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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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음습한 지대를 무대로 각기 성격과 모양이 다른 군상들이 나와 희대의 사기극을 벌이는 서스펜스 범죄 영화다.
처음부터 끝까지 과연 누가 누구를 속이는 것인지 알쏭달쏭해 추리력을 자극시키는데 플롯이 구절양장처럼 꼬여 여러 번 놀라게 된다. 각본을 한국계 덕 정이 썼는데 매우 지적이고 치밀하며 대사는 세련됐고 또 냉소적 유머가 있다.


사기꾼 영화하면 데이빗 매멧의 ‘카드의 집’ 등 여러 작품이 떠오르게 마련. 처음부터 곧바로 사기극에 들어가는 ‘확신’도 매멧의 작품 내용과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잘 만든 영화지만 이 점이 내내 찜찜하다 감독은 매멧의 퓰리처상 수상 희곡 ‘글렌 개리 글렌 로스’를 영화화한 제임스 폴리. ‘글렌 개리-’와 ‘확신’은 모두 앙상블 캐스트의 연기가 훌륭한 영화로 폴리의 확실하고 능률적인 연출력이 여기서도 나타난다.

LA 차이나타운의 싸구려 술집서 일어나는 멋진 사기극으로 시작되는 영화의 주인공은 젊고 오만하고 자신만만한 사기꾼 제이크(에드 번스). 제이크는 고도(폴 지아매티) 등 3명의 동료와 부패한 2명의 LAPD 형사 만사노(루이스 구스만)와 위트워드(도널 로그) 등으로 구성된 사기단의 두목인 셈.
그런데 차이나타운서 벌인 사기극의 피해자와 제이크의 파트너 1명이 살해된다. 사기극의 피해자는 알고 보니 나이트클럽 주인이자 범죄단 두목으로 새디스틱한 성격의 사이코인 킹(더스틴 호프만의 코믹하고 독소를 품은 연기가 일품)의 회계사.


제이크는 킹을 찾아가 초대형 사기를 쳐 빛과 이자를 갚겠다고 제의한다. 그리고 거사비를 달라고 요구한다.
제이크의 사기극 제물은 은행의 대출담당 고급간부 모간(로버트 포스터). 제이크는 자기 지갑을 소매치기한 콧대 높은 금발미녀 릴리(레이철 와이스)를 포섭, 고독한 모간에게 미인계를 쓴다.

그리고 대출과 회계사기와 전송 해외구좌 송금 등 은행원들이나 알 복잡한 절차를 동원한 엄청난 액수의 사기극이 펼쳐진다.
음모와 배신이 질펀한 가운데 제이크는 오래 전부터 자기를 집요하게 추적하는 FBI 요원 건서(앤디 가르시아)와 킹의 하수인 트래비스(모리스 체스넛)의 입김을 목 뒤에 느끼면서 치밀한 사기극을 연출한다. 그 와중에 제이크와 릴리는 로맨스까지 꽃 피우나 그것마저 서로의 불신으로 깨어진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봐야 할 영화로 아기자기 하니 재미있는데 특히 인간 전람회 같은 앙상블 캐스트의 연기가 좋다. 보는 대로 믿었다가는 사기를 당할 것이다.

R. Lion Gate.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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