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릴리아 포레버’(Lilya 4-ever) ★★★★½

2003-04-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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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혹한 현실 속에서 보다 나은 미래를 꿈꾸는 소녀에 관한 감동적인 이야기다. 사실성과 동화 같은 환상을 섞어 소녀의 순수성을 유린하는 사악한 현실의 무자비한 실재를 가슴이 찢어지도록 아프고 또 아름답게 그렸다.

구 소련의 달동네에 사는 16세 소녀 릴리아(옥사나 아킨쉬나의 연기가 가슴을 친다)는 애인과 미국으로 건너간 엄마가 자기를 부를 날만 기다리며 산다. 그러나 릴리아는 곧 엄마가 자기를 버린 것을 깨닫고 절망에 빠진다.


전기도 난방시설도 고장난 버려진 아파트서 사는 릴리아의 유일한 즐거움은 자기를 좋아하는 11세 소년 볼로디아(아티옴 보구차스키)와의 우정.
둘은 어두운 현실 속에서 둘만의 소꿉장난 같은 가정을 이루며 잠시나마 외부세계를 잊고 순수하고 아름다운 우정을 즐긴다.


가난에 못 이겨 클럽에 나가 몸을 팔게 된 릴리아는 여기서 만난 스웨덴 청년의 구애를 받아 마침내 구차한 현실을 떠나 보다 나은 삶을 찾을 기회를 얻는다.
볼로디아의 질투와 의심을 뿌리치고 릴리아는 낙원의 문턱인 스웨덴에 도착하나 더럽고 혹독한 현실은 이 순백의 마음을 지닌 소녀를 가차없이 겁탈한다.

두 아이의 우정과 보다 나은 삶에 대한 동경 그리고 신의 자비에 관한 작품으로 매우 사실적이며 꾸임 없어 가슴에 어필하는 드라마다.
스웨덴 감독 루카스 무디손(‘투게더’)은 냉정한 현실에 의해 버림받는 순수와 꿈을 연민과 염려의 마음으로 가슴 뭉클하니 그리고 있다.
어두운 것과 환상적인 것의 대비가 극적인데 특히 마지막 장면이 눈시울을 적신다.

스웨덴어에 영어자막. 성인용.

24일까지 뉴아트(310-478-6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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