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일은 운수대통’(Better Luck Tomorrow)★★★★½(5개 만점)

2003-04-1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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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적인 아시안 아메리칸 청소년 영화의 틀과 내용을 과감히 무너뜨린 사실적이요 충격적인 작품이다. 아시안 아메리칸 감독과 제작진 및 한국계 등 아시안 배우들이 만든 영화로 몸에 한기가 들도록 비도덕적이요 폭력적이다.

장난 같은 불량행위를 하다가 급기야 살인까지 저지르는 10대들이 모두 부유층 A학점 학생들이어서 더욱 쇼킹하다. 폭력적인 ‘이유 없는 반항’과도 같은 이영화는 자식들의 성적과 겉만 보고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보지 못하는 많은 부모들에 대한 경고 메시지. 주인공들은 아시안들이나 내용은 인종을 초월한 보편적인 것이다.


1993년 서니힐스 고교의 한국 학생들도 개입된 스튜어트 테이 살인사건에서 일부 아이디어를 얻었다. 등급은 R(17세 미만 관람시 부모나 성인 동반)이지만 고교생 자녀를 가진 부모들은 그들과 함께 관람하기를 권한다. 부모들이 몰랐던 자식들의 또 다른 면을 알기 위해서라도.


부유층이 사는 LA 교외. 고3생으로 친구인 벤(페리 쉔)과 버질(제이슨 토빈)이 마당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데 어디선가 셀폰 벨이 울린다. 서로 자기 셀폰이 아닌 것을 확인한 둘은 벨이 울리는 지점을 찾아 땅에 귀를 바짝 대고 포복한다. 벨이 울리는 곳을 포착한 둘이 맨 손으로 땅을 파자 벨소리의 주인인 사체가 드러난다.

이야기는 몇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벤과 버질은 둘 다 A학점 학생. 특히 모범생인 벤은 아이비리그 진학을 꿈꾸는 학생. 둘은 대학 입학을 숨막힐 것 같은 자기들 삶의 탈출구로 여긴다. 벤과 버질은 불량학생인 버질의 사촌 한(강성호)과 학교의 모든 클럽의 리더인 오만한 대릭(로저 팬)과 함께 틴에이저들이 저지르는 온갖 불량행위를 즐긴다(부모들의 무관심을 보여주듯 영화에는 어른들이 나오지 않는다).

4인조는 술과 마약과 여자 그리고 사기와 절도 및 학생들을 고객으로 마약과 커닝 페이퍼를 팔아먹는다. 이들의 행동은 A학점 학생들로서 못된 짓에도 남보다 앞서기 위한 것인데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못한다는 데서 더욱 가공스럽다.

그런데 벤이 좋아하는 동급생 치어 리더로 역시 모범학생인 스테파니(카린 애나 청)의 부유한 사립 고교생 애인 스티브(존 초)가 벤 일행에게 자기 집을 털어 달라는 제의를 해온다. 스티브는 자기에게 무관심한 부모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 이런 제의를 한 것. 그러나 절도음모는 끔찍한 살인사건으로 변한다.

저스틴 린 감독은 도덕성을 상실한 아이들을 단죄하지 않는다. 현실을 있는그대로 노출하면서 벤등에 대한 판단을 관객에게 맡긴다. 기술적으로도 잘 만든 획기적 작품이다.

MTV Film. 아크라이트(323-466-4226) AMC 센추리14(310-289-4AMC), AMC 30(714-769-4AMC), 어바인 에드워즈 시네마 스팩스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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