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금은 기도할때

2003-04-1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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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이 시작된 지 수주를 넘기면서 TV앞에 앉아 있는 우리들의 가슴이 조금씩 둔감되어가는 것 같다.
유명을 달리한 전사자들, 생명의 위협을 받아가며 싸우는 장병들, 그들과 더불어 전장에서 취재 보도하는 기자들, 들려오는 소식은 부상병들의 신음과 고통과 폭격소리, 그리고 유족들의 눈물. 전장에 보내놓고 속 끓이는 가족들의 노심초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의 염병이 자기 고뿔만도 못하다는 인간의 본질적인 이기심을 읽는다.
피리를 불어도 춤추지 않고 애곡하여도 울지 않는 세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보도를 보고 들으면서 전쟁 영화나 기획 프로그램 정도로 보아 넘기는 위험 천만을 저지르고 있는 것 같다. 채널을 바꾸기만 하면 쇼나 연속극 또는 운동경기 중계를 볼 수 있기 때문일까?
역사라는 것은 인간의 역사가 아니라 그분 하나님의 이야기라지 않는가? 그분의 섭리하심이 너무 커서 우리의 작은 눈으로 볼 수 없고 그분의 역사하심이 너무 은밀하셔서 우리의 어두운 눈으로 볼 수가 없다.
오늘 오전에 한 권사님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귀한 은혜를 받았다.
이 전쟁을 통하여 하나님의 크신 뜻이 우리의 뜻과는 상관없이 나타날 테이지만 우리가 할 일은 기도라고 말씀하셨다. 지구촌 한 구석에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은밀한 중에 눈물로 기도하는 종들이 있음을 다시 확인하는 순간! 가슴에 뜨거운 샘이 고였다.
이 무익한(?) 일을 통해서도 그분은 자신의 위대하신 역사를 이루어 가신다는 걸 다시 깨닫게 되면서 안도 아닌 안도를 해 본다.
그리고 기도한다. 고통받는 부상자들, 전사자들의 가족들, 전투에 참가하는 군인들과 그 가족들을 위해서. 그리고 이 나라 미국과 이라크의 난민들을 위해서도.
한 가지를 더 조심스럽게 부탁 드려본다. 아버지! 이 전쟁이 길어지지 않도록 해 주세요! 우리가 아무리 가슴 아파하고 말로 위로한다고 해도 아픔을 당하는 분들의 고통을 나눠 가질 수가 없습니다.
소원이 더디 이루어지면 뼈가 상한다고 하셨지요? 그 약속의 말씀을 감히 담보(?)로 내어 밀어 봅니다. 아버지! 우리가 가진 것 중에는 기도라는 좋은 무기가 있습니다. 이 무기를 지금 많이 많이 사용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여기서 우리도 영적 전쟁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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