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재철 목사의 짧은 글 긴 여운 화장실에서 (1)

2003-04-0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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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 외국의 특징 중 하나는 모든 것이 깨끗하다는 것이다. 보이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보이지 않는 곳까지 깨끗하다. 이를테면 화장실이다.

그런데 유독 한국 음식점이나 한인 매장의 화장실은 상대적으로 불결하다.
이는 결국 그 화장실을 주로 사용하는 사람들-즉 한인들이 깨끗지 못하다는 의미이다. 여자 화장실엔 들어가 본 적이 없으므로 이것은 어디까지나 남자 화장실에 국한된 이야기다.

그렇다고 해서 외국의 한인들이 자기 집 화장실마저 그토록 불결하게 관리하느냐 하면 그런 것은 전혀 아니다.


유럽에서 3년 간 살면서, 공중 화장실에서 일을 본 뒤 손을 씻고 나가지 않는 서구인을 본 적이 없다. 아주 드물게 그냥 나가 버리는 어린아이가 정말 어쩌다가 있을 뿐, 어른은 열이면 열 예외 없이 손을 씻는다. 그 반면, 한국 공중 화장실에서 어른이나 아이나 할 것 없이 손을 씻고 나가는 사람은 참으로 보기 어렵다. 열 명중에 겨우 두세 명 정도다. 넥타이를 매고 점잖게 생긴 신사들마저 손 씻는 일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얼마 전 전국적으로 이질소동이 있었다. 물론 선진국에서도 이질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소 위생 관념이 희박한 어린아이가 아닌 성인이 감염되는 경우는 없다고 한다. 손만 제대로 씻어도 이질균은 전염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어린아이는 물론이요 성인마저도 감염된다. 이질에 관한 한 한국은 연령의 구분이 없는 것이다. 노소를 막론하고 손을 제대로 씻지 않는 국민임이 여실히 증명된 셈이다.

내 집 화장실은 깨끗하게 지키면서도 공중 화장실은 아무렇게나 사용하고 외모에는 엄청난 신경을 쓰면서도 화장실에서는 아예 손 씻을 생각조차 않는 사람들, 그리고 신앙의 외적 형식엔 철저하면서도 자신의 심령을 정결하고 신실하게 관리하는 일엔 전혀 무관심한 크리스천들-이 사이에는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홍성사, ‘쿰회보’(2002년 2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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