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떼를 치며 평신도들이 이끌어 가는 목회

2003-03-1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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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휴스턴에 있는 서울 침례교회(최영기목사)에서 열린 ‘가정교회 세미나’에 참석을 했었습니다. 목장이라고 불리는 가정교회는 전통적인 구역, 속회와 같이 매주 모이는 소그룹 사역이면서도 본질적으로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무엇보다 평신도들이 이끌어간다는 것입니다. 이 교회의 모토와도 같은 에베소서 4장11-12절의 말씀을 그대로 실천한다는 것입니다. 그가 혹은 사도로, 혹은 선지자로, 혹은 복음 전하는 자로, 혹은 목사와 교사로 주셨으니 이는 성도를 온전케 하며 봉사의 일을 하게 하며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려 하심이라. 즉 목사의 역할은 성도들을 준비시키는 것이고, 성도의 역할은 봉사활동을 통해 교회를 세우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평신도가 목사의 목회를 돕는 것이 아니라, 목사가 평신도의 사역을 돕는 것입니다.

이번 세미나에 참석한 모든 목회자들이 민박을 했습니다. 제가 묵었던 집은 백광훈 목자의 집이었습니다. 텍사스 대학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지금은 대학에서 가르치고 있는 교수님이십니다. 그런데 목자와 목녀(목자 아내), 두 분의 헌신적인 섬김에 감탄을 했습니다. 이 두 분이 섬기는 목장은 벌써 3번이나 분가를 했습니다. 영혼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섬기고, 관계를 통하여 시간과 물질을 아끼지 않고 전도하며 무엇보다 목장 식구들을 위해 금식하며 기도하는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또 한가지 놀란 것은 장년 주일예배 참석이 800명이 넘는 교회인데 부목사, 전도사가 없다는 것입니다. 심방, 개업예배, 돌 예배까지도 목자들이 인도를 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교인들은 주일이면 1, 2부 예배 중 한 예배에 참석을 하고 다른 시간에는 열심히 봉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유아실에 가보았는데 젊은 아빠들이 우는 아이들을 달래느라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이 참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평신도들이 이렇게 열심히 교회를 섬기는 비결은 무엇보다도 교회의 목적을 분명히 알고 실천한다는 것입니다. 이 교회는 주님의 지상 명령인 영혼을 구원하여 제자를 만들라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또한 목회자와 평신도 사이에 철저한 신뢰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최목사님은 심리학의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 즉 사람은 기대하는 만큼 변한다는 것을 강조 하셨습니다. ‘마이 페어 레이디’(My Fair Lady)라는 영화에 어떤 언어학자가 친구와 이런 내기를 합니다. 무식하고 아무렇게 자란 꽃팔이 처녀에게 교육을 시켜 공주로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번은 꽃팔이 처녀가 교수에게 상스러운 말로 대들자 교수는 너는 내 친구에게는 상냥하게 대하면서 왜 나에게는 이렇게 대드느냐?고 묻습니다. 그때 처녀가 이렇게 대답합니다.

당신 친구는 저를 공주처럼 대하기 때문에 그 앞에서는 제가 공주가 되지만, 당신은 저를 무식한 꽃팔이 아이처럼 대하니깐 저는 무식한 꽃팔이가 되는 것입니다.

평신도 지도자들이 성숙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우리 목회자들이 그들을 성숙한 사람으로 취급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평신도들을 존중하고 신뢰하여 그들에게 사역을 위임하고, 목회자는 평신도들이 올바로 사역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책임을 다할 때, 주님께서 원하시는 교회를 세워 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이 성 현
(글렌데일 연합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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