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철 주필의 테마여행 차이나타운은 만원이다

2003-06-1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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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 높은 이민물결로 갖가지 문제 봉착, 새로운 진통 앓아

본토인의 밀입국 붐

차이나타운에서는 어느 지방 출신인가에 따라 대우가 다르다. 중국인들은 얼굴은 같지만 문화가 전혀 다른 4개 소커뮤니티로 나뉘어진다.
첫째는 옛날 1800년대에 쿨리로 들어와 갖은 고생을 다한 이민 1세의 후손들이다. 이들은 이민 3세, 4세로 완전히 미국화 되어 있는 아메리칸 차이니스다. 두번째는 대만인들로 이들은 유학생 출신이거나 자본을 갖고 들어와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이다. 중국 커뮤니티의 부유층은 대부분 대만인들이다. 세번째는 홍콩 반환을 앞두고 쏟아져 들어온 홍콩인들이다. 이들은 아주 부자이거나 돈이 없거나 둘 중의 하나다. 네번째는 닉슨의 중국 관계 개선이래 79년부터 몰려오는 중국 대륙인들이다. 이들은 차이나타운의 본바닥 빈민층을 이루고 있으며 밀입국자들도 많다.
중국인들은 누가 대만인이고 누가 대륙인인지 한 눈에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식당 주인이나 주방장은 대만 사람, 웨이터는 홍콩인, 접시 닦이는 대륙인이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상식처럼 되어 있다.
1800년대와 1900년대에 온 중국인 노동자는 대부분 캔투니즈(광동성)다. 당시에는 광동성 사람들이 중국에서 가장 가난했고 굶주려 미국에서 그 험한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캔투니즈의 특징은 단결력 강하고, 다혈질이고, 싸우기 좋아하고, 끼리끼리 살고, 요리 잘하고 돈에 인색하고 생존력 강한 점이다.
당시에는 캔투니즈라고 하면 중국 본토에서는 냉대를 받았는데 미국에 온 쿨리들이 달러를 고향에 송금하는 바람에 광동성의 경제사정이 바뀌었고 특히 쿨리를 많이 배출한 토이산 지방은 부촌으로 변했다. 그러니까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과 뉴욕 차이나타운의 터주대감은 캔투니즈이고 관동어를 모르면 행세를 못했던 것이 1970년대까지의 분위기였다.
그러나 지금은 차이나타운의 얼굴이 바뀌고 있다. 중국 본토의 후조우니스(복건성 사람)들이 밀물처럼 쏟아져 들어와 이들이 노동시장 주류를 이루고 있다.
밀입국에 얽힌 후조우니스들의 비참한 이야기는 미국 신문에 자주 보도되었고 이들은 미국 이민국의 골치로 등장하고 있다. 미국 밀입국료는 1인당 3만5,000달러인데 조직범죄단이 알선하고 있으며 돈을 3년 안에 안 갚으면 테러를 자행해 악명이 높다.
후조우니스들은 저임금(한 달에 500달러 월급)도 마다 않기 때문에 출혈경쟁을 유발해 기존 차이나타운의 중국인들의 미움을 받고 있다. 미국의 중국인 인구는 90년대 현재 1,800만명으로 멕시코계 다음이며 10년 동안 150% 인구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차이나타운은 새로운 진통을 겪고 있다. 동족인데도 문화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 이다.
미주 한인사회에 하와이 이민 후예, 한국 이민, 연변 조선족, 북한인들이 함께 산다는 것을 가상하면 오늘의 차이나타운 변화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철 주필 chul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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