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막 야생화 다시 울려퍼진 ‘생명의 합창’

2003-03-1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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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속 ‘인고 3년’…봄을 피워낸 ‘오색의 향연’

작열하는 태양과 모래만이 허용된 땅 사막. 하지만 신기루와 오아시스의 낭만이 살아 숨쉬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남가주의 해안 지역은 아직도 겨울 우기가 계속되고 있지만 150여마일만 내륙으로 들어가면 이미 봄의 향연이 한창인 사막을 만나볼 수 있다. 지난 3년간 가뭄으로 거의 볼 수 없었던 사막 야생화가 올해는 그 모습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황폐한 사막에서 피어나는 꽃들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그 어려운 여건 속에서 생명을 지탱하는 모습은 외경심마저 안겨준다. 말라비틀어진 대지를 뚫고 나온 새싹 위로 주변 환경과는 너무나 대조되는 형형색색 모습으로 피어난 야생화를 보고 있으면 자연의 신비스러움에 다시금 경탄하게 된다.
이렇게 오묘하면서도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사막은 겨울인 지금이 바로 관광 성수기이다. 앤자 보레고, 데스 밸리, 조슈아 트리 등의 남가주 사막 야생화 군생지에서 봄의 향연에 참여해 보자.



앤자(Anza),보레고 배드랜즈(Borrego Badlands)

10여개 골프장등 위락시설 풍성
보레고 비지터센터서 정보 제공

서부지역에서 사막 야생화로 가장 유명한 곳이다.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큰 주립공원으로 앤자(Anza), 블레어 밸리(Blair Valley), 보레고 배드랜즈(Borrego Badlands), 보우 윌로우(Bow Willow), 피시 크릭(Fish Creek), 샌타로사(Santa Rosa) 그리고 캠핑장이 있는 타마리스크 그로브(Tamarisk Grove) 등 7개의 구역으로 나눠져 있다.

이 곳에서 3월 초부터 시작되는 야생화의 향연은 사막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하지만 무려 60만에이커에 이르는 공원의 사이즈 때문에 야생화 구경은 어느 한 곳에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드라이브나 하이킹을 통해 야생화를 찾아다니면서 해야 한다.


여름이면 낮 최고기온이 120도를 오르내리는 이 곳은 도저히 사람이 살 곳이라고 생각되지 않지만 봄철 비가 내리면서 몇 년씩 땅 속에서 잠자던 사막식물의 씨들이 싹을 틔우기 시작한다. 한번 꽃을 피우고 3주 정도면 다시 씨로 변해 땅 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사막의 야생화 관광은 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바로 가서 구경을 해야 한다.

앤자 보레고 지역은 올 시즌 약 1.3인치 정도의 비가 내렸는데 이는 예년에 비해 2배에 가까운 수준으로 공원 측은 근래에 보기 드문 야생화의 무대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야생화들을 볼 수 있는 지역은 보레고 팜 캐년(Borrego Palm Canyon)과 코요테 캐년(Coyote Canyon) 등으로 팝콘 플라워(popcorn flower) 파셀리아(phacelia) 추파로사(chuparosa), 사막 라벤더(desert lavender), 사막 민들레(desert dandelion) 등이 아름다운 꽃 봉우리를 한껏 뽐내고 있다.

이 밖에도 캘리포니아 주화인 파피(poppy)도 여러 종류가 있으며 디조지오 로드(DiGiorgio Road), 앵초(primrose)와 버베나(verbena)가 한창이라고 공원 측은 밝히고 있다.
클리블랜드 포레스트 산간 지역에서 앤자 보레고로 향하는 S2 하이웨이상의 메이슨 밸리(Mason Valley)에서 바위 사이를 뚫고 나온 록피(rockpea)와 브리틀부시(brittlebush)가 신기한 모습으로 방문객을 즐겁게 하고 있다.


공원 야생화 군생지에 대한 보다 자세한 문의는 보레고 스프링스에 있는 비지터센터(760-767-5311)를 방문하면 지도와 함께 상세한 정보를 전달받을 수 있다. 비지터센터는 주말마다 야생화에 대한 각종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으며 인근 캠핑장의 예약도 받는다. 또한 인터넷(www.desertusa.com/anza_borrego)에 접속, 와일드플라워 업데이트(wildflower updated)를 클릭하면 현재 야생화 상태에 대한 리포트가 나온다. 와일드플라워 핫 라인 전화번호는 (760)767-4684이다.


앤자 보레고는 곳곳에 미니 그랜드 캐년을 보는 듯한 기상천외의 바위와 산이 펼쳐져 있으며 신기하게 생긴 선인장 또한 지평선 너머로 이어지는 진풍경을 선사한다. 10여개의 골프코스에 포도 양조장까지 갖춘 1급 관광지로 ‘숨어있는 팜스프링스’라는 별명이 붙어있다. 야생 생물을 관찰하면서 좀더 색다른 관광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더없이 좋은 관광지라 할 수 있다.
인근에 있는 솔튼 시(Salton Sea)는 세계에서 가장 큰 소금호수 중 하나로 물놀이를 좋아하는 겨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유명한 사막 관광지다. 360에이커의 호수에서 뱃놀이, 수영, 낚시 등을 즐길 수 있으며 조류 관찰도 유명하다. 캠핑장이 많은 곳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특히 겨울철에는 수천명이 이 곳에 텐트를 치고 사막의 아름다움을 만끽한다.

가는 길

LA에서 10번 이스트로 가다 15번 사우스로 갈아탄다. 테메큘라에서 나오는 79번 사우스로 다시 갈아타고 클리블랜드 내셔널 포레스트를 넘는다. 이 길은 한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워너 스프링스 온천으로 가는 길이다. 워너 스프링스를 지나서 나오는 S2번 하이웨이로 들어서서 산을 내려오면 길이 S22번으로 자연스럽게 바뀐다. 꼬불꼬불하던 산길이 평평해지면 비지터센터가 나오고 앤자 보레고에 도착하게 된다.

산간지역을 내려오는 길은 뛰어난 경치는 물론 각종 야생화가 바위 사이로 서식하고 있는데 특히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사막의 파노라마 뷰가 매우 아름답다. 올 때는 공원 동쪽에 있는 솔튼 시로 향하는 길을 이용하다. 역시 S22번 도로인데 이 길 이스트로 가면서 사막지형이 만들어놓은 희귀한 경치를 구경하면서 솔튼 시에 도착한다. 이 곳에서 86번 노스를 타고 올라간다. Cochella Valley를 지나서 팜스프링스 인근 도시인 Indio를 만나면 10번 프리웨이가 보인다. 10번 웨스트를 타고 2시간30분 정도 가면 LA에 도착하게 된다. 시간이 남으면 중간에 팜스프링스나 데저트 아웃릿 등을 들를 수 있다


3월 중순~4월 중순 절정 이룰듯

8,000에이커에 달하는 방대한 고원에는 청명한 하늘과 깨끗하고 맑은 공기 그리고 완벽한 평화와 정적, 이로 인해 때묻지 않은 아름다움을 찾는 사람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현재 남가주에 있는 사막 가운데 가장 많은 야생화를 발견할 수 있다. 야생화가 공원 남부 지역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는 리포트가 매일 들어오고 있다. 특히 이 곳에서 예년에는 쉽게 볼 수 없었던 파피와 캔터베리 나팔꽃(canterbury bells)들도 떼를 지어 피어나고 있다.

조슈아 트리는 고도에 따라서 피는 꽃의 종류가 다른데 해발 1,000~3,000피트의 저지대에서 자라는 유카 선인장의 꽃은 3월 중순부터 4월 초순까지 피어나며 다른 종류의 선인장들은 4월 초부터 그 아름다움을 한껏 자랑할 것으로 보인다. 좀더 높은 해발 3,000~5,000피트 지역에서 자라나는 조슈아 트리는 3월 말부터 꽃이 만개될 것으로 보이고 이 지대 선인장은 4월 중순부터 꽃이 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조슈아 트리의 유명 관광지로는 커다란 바위군들이 자리잡고 있는 히든 밸리(Hidden Valley), 옛 금광지인 로스트 호스 마인(Lost Horse Mine), 팜스프링스와 인디오시 전경을 내려다보는 키스 뷰(Keyes View), 희귀한 선인장 정원 촐라 칵투스 가든(Cholla Cactus Garden) 등이 꼽히고 있다. 캠핑시설도 잘돼 있어 겨울에도 야영객이 많은 곳이다. 방문 시기는 겨울과 봄이 가장 좋으며 특히 요즘 같은 이른봄에는 낮 최고 기온이 80도로 쾌적하다.

가는 길 LA에서 10번 프리웨이 이스트를 타고 약 100마일 정도 가면 유카밸리(Yucca Valley)로 빠지는 62번 하이웨이가 나온다. 62번을 따라 약 45마일 정도 북상하면 투엔티나인 팜스(29 Palms)를 지나 국립공원 입구에 도착한다. 야생화나 캠핑에 대한 문의는 (760)367-5500, (800)365-2267 등으로 하면 된다.


데스 밸리

방문센터에 만개여부 확인후 출발

미국을 대표하는 사막 국립공원.
이름 그대로 여름철에는 화씨 125도를 웃도는 살인적인 더위가 계속되지만 지금은 75도 내외로 1년 중 방문하기 가장 좋은 시기다. 그런데 이 곳에도 야생화가 피어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비가 내리지 않기로 유명한 이 곳에 지난 3주간 2인치 가량의 단비가 내려 야생화의 결정을 기대하고 있는 방문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395번 오웬스 밸리(Owens Valley) 론 파인(Lone Pine)에서 데스 밸리로 들어가는 190번 도로 선상에는 노란색의 야생화가 만발해 있으며 쇼션(Shoshone) 시에서 공원으로 들어가는 178번 도로 선상 일부 구역에도 야생화를 목격할 수 있다.

데스 밸리의 유명 관광지로는 서반구에서 가장 고도가 낮은 지역인 ‘배드워터’(Badwater), 홍수와 풍화작용으로 깎인 크고 작은 산봉우리들이 모여 있는 모자이크 캐년(Mosaic Canyon), 14평방마일에 달하는 ‘샌드듄스’(Sand Dunes), 데스밸리에서 가장 높은 지역으로 이 곳의 장관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단테스 뷰’(Dante’s View) 등이다.

데스 밸리의 관광은 방문객 센터에서 시작하는 게 좋은데 퍼너스 크릭(Furnace Creek)의 190번 하이웨이 옆에 있는 이 곳에서는 데스 밸리에 대한 슬라이드를 상영하며 부속 박물관에서는 데스 밸리의 역사와 현황이 소개된다.

가는 길

LA에서 10번 프리웨이 이스트를 타고 가다 15번 노스로 갈아탄다. 베이커(Baker)에서 127번이 나오면 북쪽 방향으로 갈아타고 데스 밸리로 들어가는 190번 웨스트를 타면 된다. LA에서 총 거리는 300마일 정도.

사막 야생화 관찰 주의점

-가장 먼저 공원의 비지터 센터를 방문한다. LA시보다 더 큰 지역이기 때문에 정확한 야생화 군생지를 알지 못하면 먼길을 운전하고 야생화 구경은 못하고 온다.

-일부 지역은 하이킹으로 도달하기 때문에 1~2마일 정도를 걸을 각오를 하고 여행을 떠난다. 약간은 힘든 하이킹 끝에 발견하는 야생화는 더욱 큰 아름다움과 성취감을 선사한다.

-물을 충분히 준비한다. 일부 지역은 낮 최고 기온이 90도 이상 올라간다. 사막지역은 LA보다 적어도 20도 이상 온도가 높다고 생각해야 한다. 선탠 로션도 준비한다.

-야생화는 주변 환경에 매우 예민하고 자연생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함부로 꺾거나 밟는 것은 물론 손으로 만지는 것도 삼가야 한다.

백두현 기자
doopae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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