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떼를 치며 교회와 세상

2003-03-0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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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세상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지난 2천년간 기독교 역사를 살펴보면 교회와 세상은 피차간에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물고물리는 애증의 관계를 유지해온 사실을 발견하게된다.

예수님이 부활하신 이후, 초대교회시대에 교회는 세상 권세의 무시무시한 핍박을 받으며 한치도 용납할 수 없는 적대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던 중 4세기 초 콘스탄틴 대제가 기독교를 국교로 인정하면서 교회와 세상은 신혼살림을 차린 부부처럼 달콤한 허니문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시간이 흐르면서 세상은 교회를 타락시켰고, 교회는 또한 세상을 병들게 했다. 교회와 성직자들의 타락이 극도에 달했던 중세시대에 교회는 세상사람들의 지탄의 대상이 되어서 “자식을 망치게 하려거든 성직자를 시켜라”는 말까지 듣게 되었다.

16세기 종교개혁과 함께 교회는 스스로 정결케 하기 위해 세상으로부터 탈피를 선언했고, 그때부터 서서히 세상과 교회 사이엔 서로 용납하기 힘든 깊은 단절의 계곡이 파여갔다. 그 결과 세상은 교회의 종교적 위선을 늘 질타했고, 교회는 세상의 죄성을 단죄했다. 세상은 교회의 촌스러움과 권위주의를 비웃었고, 교회는 세상의 타락한 유행과 문화를 도무지 용납할 수 없는 것으로 단정해 버렸다.


이런 교회사적인 배경 속에서 오늘날, 교회와 세상의 연결점을 찾는 작업은 그래서 어쩌면 불가능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때문에 어떤 교직자들은 CCM 문화사역과 같이 세상문화와 교회를 접목시키려는 젊은 신앙인들의 노력 자체를 이단시하는 성급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게 되는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속해있는 교회는 아이러닉하게도 성령 충만했던 초대교회의 모습과 더불어 타락할 대로 타락한 중세교회의 두 가지 모습을 다 가지고 있다. 때문에 세상과 교회의 관계도 한편으로는 허니문의 가능성을 보이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도무지 용납할 수 없는 극도로 단절된 모습을 동시에 보이고 있다.

교회와 세상의 바람직한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사실은 교회가 세상에 존재하는 목적을 재삼 확인하는 작업이라고 믿는다. 교회는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이 땅에 세워졌다(마 5:13). 그리고 하나님의 최대의 관심사는 세상 모든 영혼들을 구원하는 구령 사역에 있다(합 2:14). 그런데 세상 구원에 대한 하나님의 뜻은 잘 알고있는데 세상의 것을 더러운 버러지 보듯 멀리하려고만 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올바르지 못한 태도이다.

세상은 어장이다. 어부가 어장에서 물고기를 낚아야 하는 것처럼, 믿는 사람들 또한 세상속에서 잃어버린 영혼을 만나 한사람이라도 복음을 듣지 못해 지옥 불로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 지상 최대의 사명인 것이다.

2천년전 주님께서는 세상의 죄인과 밥을 함께 먹는다는 비난을 접했을 때 “인자의 온 것은 잃어버린 자를 찾아 구원하려 함이니라”(눅 19:10)라고 말씀하심으로 당신이 이 땅에 온 목적을 확실하게 밝혀주셨던 사실을 늘 기억해야 할 것이다.

백 승 환
(주님의 영광교회 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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