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몇 달 전부터 갱년기가 오는지 심한 두통, 빈혈, 저혈압으로 몹시 힘들었다. 라구나에 살고있는 친구와 그녀의 어머니께서는 그게 좀 오래 갈 것이라며 찹쌀밥과 미역국을, 그리고 뼈를 푹 고운 국물을 많이 먹으라고 권하시며 이것저것 어찌나 싸주시든지. 타 교회의 여전도사인 그녀와 어머니께서는 내게 무엇이든지 주고 싶어하시므로 나는 늘 사랑을 받는다. 또 인근 멕시칸 마켓에서 오랜만에 만난 어떤 교인은 닭고기를 잔뜩 사주시기도 하셨다.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응급실로 실려간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끙끙 앓으면서도 집안일, 교회일, 학교일등 빠짐없이 해도 하루 푹 쉬면 그런 대로 거뜬했었는데 이번에는 몇 주 지나도 나아지는 기색이 없고 까불어지는 기분에 혈압까지 떨어지니 잔뜩 겁이 날 수 밖에.

작년 추수감사절 전날 응급실에 들어갔었으니까..... 그 다음주 2부 예배까지 드리고 난 집에 와서 바로 누웠다. 누워 있으면서도 그날 나오지 않은 교인 생각으로 가득 찼다. ‘’그 집사님이 오늘은 왜 또 못나오셨을까? 심방을 가야할 텐데, 내가 먼저 누워 있으니 어떡하지?” 남편은 날 간호해주며 오늘은 그냥 푹 쉬라고 한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그 집사님이 일 마치고 저녁에 우리 집에 오시겠다는 전화이었단다.

나는 한숨 푹 자고 일어나서 저녁에 그 집사 님 내외분을 맞았다. 내가 아프다고 해서 오셨지만 사실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들어보니, “어젯밤 꿈에 목사님이 사막에서 혼자 울며 기도를 하시는 모습을 보았다”는 것이었다. 너무 이상한 꿈이어서 집안 일로 교회는 못 왔지만 무슨 일이 생겼나 걱정이 되어 우리 집에 전화를 했고, 그래서 내가 아프다는 것을 아시고 소꼬리와 고기를 잔뜩 사오신 것이다.

그리고는 하시는 말씀이 “그 동안엔 집안 행사가 많아서 주일날 교회를 자주 나오지 못했는데 앞으로는 주일을 잘 지키시겠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얼마나 가슴이 뿌듯하고 감사한지..... 그런 소리를 성도들로부터 자주 들을 수만 있다면 언제라도 기쁘고 반갑지 않은가. 그날 남편은 그 분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해 드렸다. 그분 정성을 생각해서 나는 열심히 꼬리곰탕을 해서 온 식구가 맛있게 몇 일을 잘 먹었다. 그리고 나는 생각보다 빨리 회복이 되었다.

사실 교인의 병 문안을 받는 일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대개 목사 집을 찾아와서 말씀 드릴 것이 있다고 하면 나는 가슴이 철렁 하며 겁부터 난다. 왜냐하면 이사가니까 앞으로는 교회에 못 나온다는 말을 하러 오시든지 아니면 무슨 문제가 생겨 상담을 원하든지 또는 어려운 부탁이 있는 예가 많기 때문이다. 나는 마치 하나님이 우리를 위해 보내신 분으로 생각되어졌기에 감화가 더욱 컸던 것이다.

나는 이번에 아픔을 통해 많은 은혜를 입었다. 하나님의 사랑이 성도들을 통하여 전해지는 것과 아픈 사람에게 더 관심을 갖고 돌봐야겠다는 동정심도 더욱 생기게 된 것이다. 성도들은 하나님의 말씀으로 힘입어 기쁘게 봉사도 하고 힘차게 살아간다면, 목회자와 사모는 성도들의 삶이 변화되는 것을 보고 가장 기뻐하고, 보람을 느끼며 성도들의 사랑과 은혜로 살아가게 되는가보다.

신 혜 원 (새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