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약물중독 숨기다 보면 상처곪아 파탄 초래”

2003-02-2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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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치유자 프로그램인도
LA온 시각장애인 안일권 목사

추방된 재소자들 도와
‘동포사랑쉼터’등 운영

“중독자와 함께 사는 가족들의 아픔은 이루 말할 수가 없죠. 함께 병들어 가는 가족들도 치유가 필요합니다. 한 사람이라도 건강하게 치유돼 가족의 치유자로 세우는 게 목표입니다”


‘상처받은 치유자’ 프로그램 인도차 LA를 방문한 시각장애인 안일권(55·세계십자가선교회)목사는 마약·알콜에 중독됐거나 추방당한 한인을 돌보는 ‘동포사랑쉼터’의 운영자로 한인 사회에 꽤 알려져 있다.

“앞을 보지 못하니까 재소자와 중독자들이 더욱 편하게 생각하죠. 때로는 나의 장애가 그들에게 위로가 되고 용기를 주나 봅니다”라고 말하는 안목사는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사람도 다루기 힘든 중독자와 재소자들이 거듭난 인생을 사는데 헌신하고 있다.

현재 동포사랑쉼터에서 중독치유 및 재활훈련을 받는 한인은 8명. 추방 또는 중독자란 이유로 한국에 입국하는 한인이 1년에 30-40명은 족히 된다고 밝히는 안목사는 매년 1-2차례 미국을 방문해 치유집회를 인도한다.

“겉으론 괜찮다는 듯 교회에 다니고 있어도 속을 들여다보면 중독자와의 생활 때문에 가족들의 상처가 곪아터져 파탄의 위기를 맞고 있는 가정이 너무 많다”고 안타까워하는 안목사는 “한국인의 숨기는 문화가 중독자와 그 가족들을 더욱 병들게 만들므로 교회나 상담기관이 이들을 돕는 사역을 좀더 적극적으로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안목사는 70년대 무역업을 경영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실명했고 이후 부도가 나 교도소에 수감됐다. 수감생활 중 회심한 그는 출소후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찾아 1989년 1월 세계십자가선교회를 설립, 교도소 방문과 유치장 전도, 감호소 구역장 훈련 등의 재소자 사역과 병원 전도, 알코올과 약물 치유·상담 사역을 하고 있다.

올해로 창립14주년을 맞은 세계십자가선교회는 ‘동포사랑쉼터’외에 중독자들에게 3개월 단위의 영성훈련을 시키는 ‘십자가 치유원’, 가정과 사회로 복귀를 준비하기 위해 사회적응훈련을 받는 ‘십자가 알콜 치유쉼터’와 ‘중독치유재활센터’, 말기중독자들을 위한 ‘십자가복지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주말 은혜기도원에서 가족 회복 프로그램을 가졌던 안일권 목사는 앞으로 뉴욕과 댈라스에서 부흥회를 인도한 뒤 3월13-15일 LA에서 제2차 ‘상처받은 치유자’ 프로그램을 실시할 예정이다. (213)483-4500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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