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리는 장애인 가족 행복넘쳐요”

2003-02-0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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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예수회 LA 분원’ 공동체 생활
요안나 수녀·크리스티나 유·헬렌 백씨

“부모들이 장애자녀들에게 미리 공동생활을 준비하게 해야 합니다. 그러나 막상 부모 입장에선 쉽지 않죠. 장애자를 둔 부모는 보내는 연습이 필요하고 자녀는 부모와 떨어지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작년 6월 개원한 ‘작은 예수회 LA분원’에는 3명의 장애여성이 서로를 의지해 살고 있다.


한국 작은 예수회에서 파견된 요안나 수녀는 중3때 의료사고로 왼팔을 잃은 장애수도자, 뇌성마비 장애인이지만 컴퓨터 동호회에서 활발하게 글쓰기 작업을 하는 크리스티나 유씨(33), 정신지체로 정신연령이 다섯 살 수준이며 코앞까지 다가가야 물체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시력이 약한 헬렌 백씨(25).

각기 중증의 장애를 지녔어도 공동생활을 하는 만큼 서로를 배려하고 나름대로의 규칙을 준수하려고 노력하는 이들은 지난 주말에는 세 식구가 손을 잡고 메트로 버스를 이용해 성당에 다녀오기도 했다.

새해를 맞은 세사람의 소망은 단촐한 그룹 홈의 식구가 더 많아졌으면 하는 것.

올림픽과 피코 블러버드 사이 아라파오 스트릿에 위치한 작은 예수회 LA분원은 크리스티나 유씨처럼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이 혼자서도 마음껏 다닐 수 있도록 문턱을 없애고 장애인들에게 적합하게 개조한 장애인 공동생활가정, 즉 그룹 홈이다.

3개의 베드룸과 2개의 욕실이 있는 2층 짜리 아담한 주택으로 장애인 6명까지 수용 가능하지만 현재 식구는 3명뿐이다. 가끔씩 성당에서 나온 봉사자들이 그룹 홈을 찾기도 하지만 커다란 집에 세 식구만 덩그러니 남게 될 때 감도는 적막감은 어쩔 수 없다.

작년 여름 제1호로 입주한 뇌성마비 장애인 크리스티나 유씨는 ‘야후 코리아! 글동네’(http://kr.ebook.yahoo.com)에서 제법 인기 있는 작가다. ‘오월의 해살’이란 아이디를 사용해 나도작가 게시판에 올려놓은 글 ‘병들어 가는 우리를 위하여’를 읽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촉촉히 젖어들고 얼굴엔 웃음이 피어난다.

오후 늦게 장애인 데이케어인 UCP에서 돌아오자마자 컴퓨터 세상으로 빠져드는 유씨는 친한 친구로 등록된 인터넷 채팅 친구만 십여 명에 달한다. 지난 성탄절에는 자신이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직접 제작한 성탄 카드를 작은 예수회 후원회원들에게 보내기도 했고, 장애인 포스터 대회에서 1등을 해서 컴퓨터를 부상으로 받았다고 자랑한다. 지난 연말에는 채팅을 통해 알게된 젊은 부부가 그룹 홈을 방문해 작은 예수회 식구들이 오랜만에 샌타모니카 해변에서 즐거운 주말을 보냈다고.


“일단 이곳에 들어오면 죽을 때까지 같이 사는 거죠”라고 말하는 요안나 수녀를 보고 “지겨워서 어떻게?”하며 소리를 지르긴 해도 세 사람의 밝게 웃는 표정엔 가족의 보살핌이 없어도 자신의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우리의 공간, 작은 예수회 그룹 홈에 대한 고마움이 담겨 있었다. 작은예수회 LA분원 (213)387-3301

작은 예수회는

작은 예수회는 17년 전 박성구 신부가 “고통받는 장애인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지 않게 하는 것이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나의 소명”이라는 선언으로 설립한 장애인 공동체다. 1983년 10월 도움을 청하는 뇌성마비 지체 장애인과 사제관에서 함께 살기 시작한 것을 계기로 점점 늘어나는 장애인 식구를 위해 84년 박신부가 ‘운정 사랑의집’을 개원하면서 장애인 공동체가 본격적으로 운영됐고 현재 한국내 작은 예수회 소속 40여 개의 장애인 공동생활가정(Group Home)이 있으며 브라질, 중국, 미국 등에서도 선교사업을 펼쳐가고 있다.

하은선 기자
eunseonha@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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