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떼를 치며 “가위,바위,보”

2003-01-2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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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씨 ‘상도’에 보면 ‘활인도, 살인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사람의 손에는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칼’이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인간의 손을 천 검이라면서 손은 그 쓰임새에 따라 천 개의 칼을 가진 것과도 같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손이 있습니다.

문제는 ‘어떤 손을 가졌느냐’하는 것입니다. 빼앗는 손도 있고, 내어 주는 손도 있습니다. 우리들이 어려서부터 쉽게 손으로 하는 게임 중에 누구나 다 아는 ‘가위, 바위, 보’ 혹은 ‘묵, 지, 빠’라는 놀이가 있습니다. ‘가위, 바위, 보’가 만드는 손의 모양을 통해서 세 가지 다른 손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첫째는 ‘가위’입니다. ‘가위’가 만드는 손의 모양은 무엇인가를 가리키는 손입니다. 즉 남의 실수와 잘못을 지적해내는 비판의 손이라 볼 수 있습니다. 남의 눈 속의 티는 보면서 자신의 눈 속에 들어 있는 들보를 보지 못하는 자의 손입니다. 조그마한 실수를 보면 가차없이 지적해 내고, 자신은 성자인 냥 판단하고 비판하는 용서 없는 손이요, 위선의 손입니다.

둘째는 ‘바위’입니다. ‘바위’가 만드는 손의 모양은 오그라진, 움켜진 욕심의 손이라 볼 수 있습니다. 몇년전, Oh! God(오! 하나님)이라는 코미디 영화가 있었습니다. 이 영화는 하나님이 아담과 이브를 창조하고 그들에게 입을 옷을 주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인간들은 옷을 받자마자 주머니가 달려 있어야 한다고 요구할 것이고 그래서 주머니를 달아주면 돈을 채워달라고 요구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돈을 채워 주는 순간부터 모든 사고가 시작될 것이기 때문에 하나님은 옷을 만들어 주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욕심의 손, 꼭 쥐어진 ‘바위’의 손들을 휘둘러댈 때, 그 손은 주먹으로 변하고 남에게 상처를 주고, 국민을 해치고, 피까지 보게 되는 것입니다.

셋째는 ‘보’입니다. ‘보’가 만드는 손의 모양은 펴는 손 즉, 내어 주는 손이라 볼 수 있습니다. 지난주일 저희 교회에 ‘네 손가락의 천사 피아니스트’로 알려진 이희아 양이 와서 피아노 연주와 간증을 했습니다. 네 개의 손가락과 짧은 두 다리를 가진 그의 피아노 치는 모습은 우리 모두의 가슴을 찡하게 했을 뿐 아니라 신선한 도전이 되기도 했습니다. 네 손가락을 피아노 건반 위로 바쁘게 움직이면서 만들어 내는 음악도 환상적이었지만, 밝은 희아양의 모습은 더욱 감동적이었습니다.

예배가 끝나고 교인 한 사람, 한 사람과 악수를 하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고, 아직 철이 없는 주일학교 어린아이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듣고도 그들을 향해 웃으면서, “너희 몇 살이니? 참 너 잘 생겼다”며 그들을 칭찬하는 모습을 보면서 또 한번 놀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장래 소망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이지만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 더 큰 소망이라고 했습니다. 희아양의 손은 비록 네 손가락 밖에 없는 기형이지만, 그 손은 다른 사람을 향해 펼쳐진 ‘보’의 손이며, 소망을 주는 손입니다.

세상에는 여러 모양의 손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어떤 손을 소유하길 원하십니까?
가위, 바위, 보!

이 성 현
(글렌데일 연합감리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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