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재철 목사의 짧은 글 긴 여운

2003-01-1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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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교회

세계 부패 감시 단체인 국제 투명성기구가 작년 91개국을 대상으로 투명성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42위를 차지한 것으로 발표되었습니다. 아시아 국가 중 일본과 싱가포르보다 못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대만 홍콩 말레이시아에도 못 미치는 점수였습니다.

투명성이란 곧 정직성이기에, 한국은 소위 선진국가를 지향하는 나라 가운데 가장 부정직한 나라로 다시 판명된 셈입니다. 하기야 우리 국민 스스로 기업이나 관에서 작성되는 각종 보고서의 정직성을 믿지 않는 판이니 전혀 새삼스러울 것도 없습니다.


역사적으로 식민통치를 당한 민족의 공통점은 부정직하다는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식민지배 아래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입니다. 지배자의 강탈로부터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는, 쌀 한 톨이라도 더 얻기 위해서는 거짓과 타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일제로부터 36년이나 수탈당했던 우리 민족이 그동안 정직과 거리가 멀었던 것 또한 당연한 역사적 귀결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 우리는 생존의 차원을 넘어섰다는 점입니다. 2차 대전 후 독립한 나라들 가운데 우리만큼 경제적 번영을 이룬 나라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과감하게 부정직과 결별할 때입니다. 일제의 식민잔재 청산은 친일인사의 명단에 몇 사람의 이름을 추가하는 것으로 마감되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큰 식민잔재인 부정직을 벗어 던질 때에 비로소 완료될 것입니다.

여수 은현교회(담임목사:김정명)의 강단 오른쪽엔 ‘정직, 나눔, 섬김’이란 표어가 적혀 있습니다. ‘정직’을 교회의 으뜸 목표로 삼는 교회를 저는 그 이외의 곳에서 아직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더욱 감동적이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정직을 제1덕목으로 삼아야 합니다. 자신의 능력에 대해, 수입에 대해, 목표와 수단에 대해, 하나님과 사람에 대해 우리는 정직해야만 합니다. 크리스천이 부정직하다는 것은 정직하신 하나님에 대한 모독이기 때문입니다.

‘여호와는 선하시고 정직하시니 그러므로 그 도로 죄인을 교훈하시리로다’ (시 25:8)
-홍성사, ‘쿰회보’(2002년 10월호)

서울 주님의교회와 스위스 제네바한인교회에서 목회했던 이재철 목사의 ‘짧은 글, 긴 여운’을 격주 화요일 종교면에 게재합니다. 이 글은 홍성사 발행인으로 문서선교에 힘쓰고 있는 이재철 목사가 쿰회보에 월 1회 쓰는 간단한 칼럼으로 독자 여러분에게 신선한 감동을 안겨주리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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