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천주교·개신교·불교 목회자의 새해 메시지

2003-01-0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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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와 사랑의 실천

무엇보다 우리 모두 새로운 희망을 갖고 출발하는 새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많은 분들이 육체적, 정신적,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삶을 체념하고 점점 절망의 나락으로 자신을 내 맡기는 경우를 봅니다. 그러나 새해에는 다시 마음을 새롭게 하고, 하느님께서 가장 선한 것을 베풀어주심을 믿으며, 긍정적으로 한 해를 출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 첫 번째 노력의 일환으로 우선 가장 가까운 가족간의 일치를 이루기 위해 힘쓰시기를 바랍니다. 가족 안에 사랑과 이해가 넘칠 때, 우리의 공동체가, 이 사회가, 그리고 전쟁과 분쟁이 끊이지 않는 이 세상이, 좀더 평화롭고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세상이 될 것입니다.
새해에는 우리 이웃을 따듯한 시선으로 많이 바라볼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같은 시대를 공유하고 살건만, 너무나 다른 생각과 편견으로 나 만을 위해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어느새 메마른 마음으로 주위의 아픔에. 무감각해진 건 아닌지, 우리 자신을 잘 들여다보며 사는 한 해가 되시기를 빕니다.
그래서 이웃을 위한 작은 배려와 사랑의 실천으로 하느님께서 주신 황금률인 사랑의 계명을 조금씩 완성해 가는 생활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것을 주님께 의탁하고, 기도 안에서 기쁘게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갈 때, 하느님께서 많은 축복을 주시고 우리를 믿음, 소망, 사랑의 길로 이끌어 주실 것입니다.
김 기 현 신부 (성토마스 한인천주교회 주임)

뜻깊은 해, 2003년

미국에 살고 있는 이민자들에게 새해는 미주 이민이 시작된지 100년이 되는 뜻깊은 해입니다. 고향을 떠나 미지의 세계를 향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1902년 12월 22일 120여명의 용감한 이민자들은 인천항에서 갤릭호에 몸을 실었습니다. 하와이 농장 노동자로 취업 이민의 길을 택했던 그들중 몇차례의 검사를 받고 마지막으로 하와이 땅을 밟은 사람은 모두 86명이었습니다.
이들 가운데 50여명이 인천 내리 교회 교인들로 김찬희 교수의 글에 의하면 그들은 매일 배 안에서 예배를 드렸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한인 감리교회의 시작은 태평양 한 가운데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미 연합감리교회의 도움으로 첫 이민자들이 그 해 11월에 교회를 시작하였는데, 그 교회가 바로 ‘그리스도 연합 감리교회’ 입니다.
연합감리교회에서는 1월 둘째 주일(12일)을 미주 한인 이민 선교 100주년 기념 주일로 정했으며, 4월24일부터 27일까지 하와이에서 ‘미주 한인감리교회 이민 선교 100주년 기념대회’를 가집니다.
2003년은 또한 개인적으로 우리 가족에게 뜻깊은 해입니다. 첫 이민자들이 미국을 향해 떠난 지 70년 후, 1972년 제 부친(이재은목사)께서 한국 감리교회가 이민자들을 위해 파송한 첫 미주 선교사로서 김포공항을 떠난 우리 가족이 처음 미국 땅을 밟은 곳도 역시 하와이였습니다. 하와이에서 이민 수속을 마친 우리는 목적지인 뉴욕에 도착하였고, 아버님은 뉴욕에서 이민교회를 개척하시면서, 우리 가족의 이민 생활도 시작되었습니다. 30년이 지난 지금, 제가 이민 목회를 하는 목사가 되어 이민 선교 100주년인 새해를 맞이하기에 우리 가족에게는 남다른 특별한 의미가 있는 2003년이라 생각되어 집니다.
이 성 현 목사 (글렌데일 한인연합감리교회)

베푸는 한 해 되기를

돌이켜보건대 임오년 한해는 전쟁과 테러로 검문검색이 강화되고 불신불안이 고조된 한해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다사다난하고 어려웠던 임오년을 보내고 밝은 계미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한인사회와 각 가정에 번영과 행복이 깃들 기를 삼가 부처님 전에 간절히 기원 드립니다.
우리민족은 새해를 맞이할 때 새해인사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하고 덕담을 주고받습니다. 이 얼마나 후덕하고 평화로운 인사입니까. 그렇지만 한해를 마무리하게 되면 그렇게 복되고 평화로운 한해가 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서로가 복을 많이 베풀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니 남에겐 새해인사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하고 자기에겐 “새해 복 많이 베풀자”라고 인사를 했으면 합니다.
古人曰 我欲人이면 斯仁이 至矣라 (고인이 왈 아욕인이면 사인이 지외라)
道不遠人이나 人自遠矣라 (도불원인이나 인자원의라)
옛사람이 말씀하시기를 내가 어질고자하면 그 어짐에 이름이라 하니 도는 사람을 멀리하지 않으나 사람이 스스로 멀리한다고 하셨다. 내가 악하고자 하면 악인이 되고 내가 복되고자할 때 복 받는 사람이 되리라.
임오년 한해를 보내면서 탐욕으로 얼룩진 집단 이기주의나 개인이기주의도 더불어 보내고 계미년 새해는 베풂과 사랑으로 충만하여 한인 동포의 가정과 개개인에게 행복이 가득한 새해가 되시길 기원 드립니다.
현 일 스님 (서부 승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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