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년 6월 사임발표한 남가주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

2002-12-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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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 품을 목회자 절실”

“제자 훈련사역
계승할 목회자
내년 1~2월이면
윤곽 드러나 ”


남가주사랑의교회 담임 오정현(47) 목사가 내년 6월 사임을 발표, 교계에 적잖은 화제를 낳고 있다. 한국 사랑의교회 옥한흠 목사의 후임으로 내정됐다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있어왔지만 막상 오목사의 사임 소식이 전해지자 오목사가 교회를 비웠던 7개월의 안식년 기간에도 한치의 흔들림이 없었던 남가주사랑의교회에서도 짧은 기간 잡음과 혼란이 있었다. 그렇지만 지난 15일 공동회의를 계기로 모든 잡음이 정리되고 이제 새로운 전환기를 준비하며 담임목사 교체로 인한 리더십의 과도기까지도 이민교회의 롤 모델이 되기 위해 전 교인이 힘을 모으고 있다. 지난 87년 12월 12명의 청장년들과 성경공부를 시작한 것이 모태가 되어 남가주사랑의교회를 현재의 대형교회로 성장시킨 오목사는 “한 가족처럼 사랑하는 교인들을 떠나게 된 것이 매우 섭섭하다”고 소감을 밝히고 “그러나 교회의 업그레이드를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선택”임을 강조했다. 한국교회 멘토십의 첫 수혜세대라는 남가주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는 교인들에게 재능과 은사보다는 예수를 닮아 가려는 성품을 중시하는 크리스천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사임하는 이유는
▲5-10년 후에도 좋은 교회를 항상 생각해왔다. 우리교회는 미국 내 40만 교회 중에서 100대 교회 안에 들어가는 대형교회임을 자부한다. 내가 계속 담임목사로 사역한다면 향후 1-2년이야 상관없을 것이고 내 자신도 평안하게 목회를 할 수 있다. 나는 어렵더라도 교회가 흥해야 한다. 우리 교회는 이제 미국 주류사회에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교회로 성장해야할 시기다. 이를 위해선 1.5세와 2세를 품는 목회자가 필요하다. 우리 교회가 계속해서 이민 2세를 교육하는 교회가 되려면 어떤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고 생각해오던 중 서울 사랑의교회 옥한흠 목사가 65세 은퇴를 결단하고 우리교회 당회에 후임자 요청을 했다.
△사임 이후 계획은
▲한국 사랑의교회에서 공동의회라는 마지막 절차가 남아 있어 아직 후임목사 부임이 공식화된 상태는 아니지만 내년 8월께 사랑의교회로 갈 준비를 하고 있다. 또 하나의 대형교회 강력한 리더십을 지닌 목회자가 아니라 좋은 리더가 되고 싶다.
한국교회도 이민교회와 마찬가지로 좋은 리더가 절실하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좋은 리더’란 시스템을 변혁시키는 사람이며 한국교회가 시스템 변화를 추구하려면 40대 리더십이 형성되지 않으면 안 된다.
과거 한국 기독교는 애국애족민족의 표상이었는데 90년대부터 한국 기독교는 복음이 싫어서가 아니라 교회와 교인이 싫어서라는 이유로 쇠퇴일로를 걷고 있다. 한국교회는 ‘섬김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민목회를 통해 체득된 ‘섬김’의 리더십을 발휘하고 싶다.
△이민 목회를 돌아본다면.
▲이민교회의 정체성 확립을 중시해왔다. ‘내가 누구냐’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1세와 2세들을 위한 정체성을 교회가 찾아주어야 한다. 한인1세들은 자신과 가족의 행복만을 추구하는 소시민적 생각을 품고 이민생활을 해왔기에 시대를 향한 책임의식이 없다.
과거 세계교회의 몰락은 유럽출신 미국 이민자들이 막아왔지만 21세기는 한국 이민자들이 세계 교회를 이끌어나가야 한다. 한인들은 ‘민족 공동체’와 ‘세계선교를 향한 선교공동체’로의 정체성을 지녀야 한다.
△남은 6개월 동안 하고 싶은 일은
▲교인수 6,000명이 넘는 대형교회가 되면서 교인 한 사람 한 사람과의 친밀한 교제를 하지 못한 건 사실이다. 15년 동안 90%의 에너지를 남가주사랑의교회에 쏟았다면 나머지 10%를 교인들과의 교제, 제자훈련사역으로 하나도 남김없이 교인들에게 모두 쏟고 싶다. 물론 교인들을 위한 아름다운 인수인계도 중요하다.
△후임목사는 정해졌는가.
▲청빙위원회가 후임목사 선정작업을 하고 있다. 아직 정확하게 밝힐 수는 없지만 내년 1-2월이면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미국 주류사회에 할 말을 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 준비된 1.5세 목사인 동시에 제자훈련 사역을 계승할 목회자를 미주지역에서 청빙할 것이다.
△목회철학은
▲15년 전 12명의 교인들과 함께 시작할 때나 6,000명이 넘는 교인들이 모이는 지금이나 제자훈련사역을 중시해왔다. 제자훈련은 ‘한 생명이 그리스도 안에서 온전한 제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내 속에서 능력으로 역사하시는 이의 역사를 따라 힘을 다해 수고하는 것’(골 1:28-29)이다.
처음 5년 동안 1년에 10명을 제자훈련시켜 키우겠다고 결심하니까 실망도 좌절도 없더라. 우리 교회는 42명의 교역자외에도 250명의 평신도 지도자들, 즉 순장들이 이끌어간다. 이들은 월급 받지 않는 작은 목회자들이다.
△마지막으로 교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15년을 나와 함께 한 교인들은 내 가족이고 내 식구이다. 남가주사랑의교회는 이런 희생과 헌신을 바탕으로 세워진 교회이므로 앞으로도 참된 능력을 발휘할 것으로 믿는다.
참된 능력은 참된 희생에서 비롯된다. 헌신의 바탕이 되는 희생의 능력이 가정마다 100배의 결실을 가져올 수 있도록 기도한다. 더불어 남가주 지역 이민교회의 귀한 선배들이 많이 아껴주신 점 감사드린다.


<하은선 기자> eunseonha@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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